지난해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주식형펀드 투자자들의 평균 펀드 보유 기간은 2년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환매가 크게 늘고 있는 최근의 상황을 보면 이 조사는 꽤 신뢰할 만한 듯하다.
많은 이들이 펀드 보유 기간이 짧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사실 펀드를 몇 년이나 갖고 있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알려주는 사람 또한 없는 것이 사실이다. 종종 적정 투자 기간을 묻는 투자자가 적지 않아 주가수익비율(PER)을 활용해 판단해 본 결과 적정한 장기투자 기간은 10년 정도가 아닐까 한다.
PER는 일반적으로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이다.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PER가 5배면 주가가 싼 수준이고 PER가 20배 또는 30배면 주가가 비싼 수준이라는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개념적 이해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좀 더 깊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주가가 80만 원, 주당순이익이 8만 원인 삼성전자의 PER가 얼마냐고 물으면 10배라고 어렵지 않게 계산할 수 있지만 은행 이자율이 4%라면 PER는 몇 배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웃할 수 있다. 은행 이자가 4%라면 은행에 1만 원을 예금하면 1년 뒤엔 400원의 이익을 남긴다. 1만 원에 주식을 사서 400원의 이익을 남기는 것이니 PER는 25배가 되는 셈. 다시 말해 400원씩 25년을 받으면 투자 원금인 1만 원이 된다. 결국 PER는 투자한 원금만큼 수익을 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인 것이다.
2000년 이후 국내 증시의 PER는 평균 9.08배였다. 투자한 원금만큼 더 버는 데 약 9년이 걸린 셈이다. 2000년 초에 1000만 원을 인덱스펀드에 투자했다면 원금을 포함해 2000만 원이 됐을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적립식으로 투자를 했더라도 투자 수익률은 매우 높았을 것이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은 역사적으로 꽤 높은 편이었다. 2000년도 초반엔 코스피 변동성이 50%가 넘었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말에는 변동성이 70% 가까이 치솟았다. 이런 높은 변동성이 투자자들을 마음 졸이게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10년간을 돌아보면 평균 변동성은 27.7%로 장기적으로 볼 때는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준이었다.
지금 당장은 펀드를 환매하는 이들이 많지만 새롭게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도 많다. 새롭게 펀드를 시작하는 투자자라면 PER의 개념을 활용한 장기투자를 염두에 두고 10년 정도의 긴 안목으로 투자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