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000원대 시대 오나” 수출업계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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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7일 03시 00분


엔화 약세 맞물려 對日 수출 경쟁력 약화 우려
원화 강세 지속 ‘위안화 절상’이 가장 큰 변수

최근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원화가치 강세)가 가파르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환율이 달러당 1000원대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늘고 있다.

환율 하락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계속되는 매수와 국가신용등급 상향에 따른 긍정적인 결과이지만 하락 속도가 지나치게 빠를 경우 수출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최근의 원화 강세는 글로벌 수출전선에서 가장 큰 경쟁자인 일본의 엔화 약세 추세와 맞물려 있어 수출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 국가신용등급 오르면서 원화가치도 상승

1월 초 1119.8원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2월 8일 1171.9원으로 올랐다.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환율은 최근 들어 위안화가 절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낙폭을 키웠다. 14일엔 싱가포르 중앙은행의 통화절상 방침과 무디스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 소식이 겹치면서 11.7원 급락했고 15일도 하락세를 이어가 19개월 만에 최저수준인 1107.5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16일은 그리스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높아지면서 1110.3원대로 올라섰다.

원화가 강세인 것은 싱가포르 달러 절상에 따라 중국 위안화 절상도 임박했다는 관측, 무디스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외국인들의 주식 대규모 순매수 같은 대내외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이런 기조가 이어진다면 환율이 1100원 선 밑으로 떨어져 1000원대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외환 당국이 여러 경로를 통해 최근의 환율 하락이 과도하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어 환율이 계속 떨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 유로화, 외국인, 당국 개입 강도가 관건

앞으로 계속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 중대 변수는 위안화 절상이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를 상당 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절상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그 시기와 폭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2분기 중에는 위안화 절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원화 강세는 위안화 절상을 기대하면서 상당 부분 먼저 반영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원화 강세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유로화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로화는 지난해 12월 이후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부각되며 계속 약세를 보여 3월 25일에는 유로당 1.3265달러까지 떨어졌다. 최근 그리스 재정난을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공동 지원을 통해 해결한다는 방침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유로화가 약세를 넘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요하임 펠스 리서치센터장은 15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그리스에 대한 EU의 구제금융이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낭비, 통화약세, 높은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다”며 “독일이 유로존을 탈퇴하면 유로존이 해체될 수 있고 국제금융시장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로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달러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원-달러 환율에는 상승(원화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국내 변수도 많다. 외국인들이 증시에서 꾸준히 매입해도 개인은 주식과 펀드를 팔아왔는데 최근 코스피가 1,700대 중반까지 오르면서 개인도 매입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이진우 NH선물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흐름을 보면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매입해 주가가 한참 오른 뒤 개미가 뒤늦게 뛰어들고, 이때 외국인이 팔고 떠나면서 개미들이 손실을 뒤집어쓰는 경우가 많았다”며 “코스피가 1,800 선에 가까워져 개인이 뒤늦게 뛰어들면서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떠나간다면 원화 약세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경제정책 라인 변화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2008년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과 호흡을 맞춰 고환율에 바탕을 둔 성장 중시 정책을 폈던 최중경 전 재정부 차관이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으로 복귀한 것이 앞으로 당국의 외환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외환시장에서는 정부의 환율 정책 방향을 확인하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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