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골드만삭스를 사기 혐의로 기소하면서 글로벌 증시의 단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이후 글로벌 증시의 상승추세 자체를 훼손할 변수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이 사건은 금융위기의 여진(餘震) 성격이 강하며 과거 엔론 회계부정 사태(2001년)처럼 시장의 신뢰 문제로까지 확대될 개연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는 지난해 3월 이후 현재까지 70%에 가까운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경기회복을 반영하고 있다. 증시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변수가 수급이라고 할 때 이 기간 40조 원을 순매수한 외국인투자가가 상승의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외국인의 강한 순매수는 긍정적이지만 이면에 있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순매도는 반갑지 않다. 작년 3월 이후 국내 기관은 총 28조 원을 순매도했으며 이 중 투신권의 순매도가 22조 원이었다. 투신권의 순매도는 결국 개인투자자들의 펀드 환매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식형펀드의 설정잔액은 2008년 4월 최고치인 144조 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현재 119조 원이다. 코스피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자금 유출이 나타나는 것은 2007년 이후 유입된 펀드 자금들로부터 원금 회복에 대한 욕구가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의 여파로 길게는 1년 이상 고통을 경험한 투자자들의 원금회복 욕구는 이해할 수 있지만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현재 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단기자금으로 맴돌고 있다. 이런 자금들은 조만간 주식 등 기대수익률이 높은 투자대상을 찾아 이동할 것으로 판단된다.
첫 번째 이유는 요구 수익률이 기존에 비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예금의 수신금리는 3.6%인 반면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다. 원금가치 훼손이 임박했다는 얘기다. 전 세계에서 쏟아져 나온 엄청난 유동성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조시킬 것이므로 해당 자금이 투자 상품으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또 신흥국의 지속적인 경기 확장과 이에 뒤따라 선진국들의 경기 회복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높아진 국내 기업들의 위상을 바탕으로 한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국내 증시의 추가적인 상승을 유발할 것이란 전망도 잉여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도록 유인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발 악재가 단기적인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요구 수익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증시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여지가 크다고 판단된다. 현 시점에서 원금 회복에 만족하고 펀드 이탈에 동참하는 것은 길었던 인고의 기간에 대한 보상을 포기하는 것이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옛 말을 상기하면서 섣부른 판단을 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