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부담금 부과 ‘투입한 국민세금’ 회수
기금으로 금융안정 도모… 美英獨 도입 추진
尹재정 “한국에 맞는 방안 검토”
올해 G20회의 핵심이슈 될듯
대상-세율 놓고 각국 의견차 커
?요즘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은행세가 무엇인가요? 왜 각국 정부는 은행에 세금을 매기려고 하는 건가요?
은행세(Bank levy)는 은행에 부과하는 일종의 부담금입니다.
각국 정부는 은행들로부터 돈을 걷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은행에 투입한 국민의 세금을 회수하고 기금을 조성해 위기가 다시 발생하는 것에 대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은행세를 매기면 은행들의 무분별한 몸집 불리기와 금융시장의 과민반응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죠.
각국 정상 중 가장 먼저 은행세 부과 방침을 밝힌 사람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입니다. 그는 1월 중순 “국민에게 빚진 돈을 마지막 한 푼까지 거둬들이는 것은 대통령의 임무”라며 자산 500억 달러 이상인 금융회사 50곳에 세금을 매기겠다고 밝혔죠.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투입된 공적자금 7000억 달러 중 손실이 예상되는 1170억 달러를 세금을 매겨 걷겠다는 뜻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총자산에서 기본 자본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보증 예금을 제외한 금액의 0.15%를 매년 세금으로 걷겠다고 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금융위기 때 국민의 세금을 수혈 받아 살아난 은행들이 다시 거액의 보너스 잔치를 벌여 논란이 되고 있었습니다. 이때 나온 오바마 대통령의 은행세 발표는 미국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죠.
그러자 영국, 독일, 프랑스가 뒤를 이었습니다.
영국은 은행세 도입에 찬성한다고 밝힌 데 그치지 않고 세계적으로 공통의 기준을 마련한 뒤 각국이 함께 도입하자고 한발 더 나갔습니다. 공통 기준을 만들 때 지켜야 할 8가지 원칙도 발표했습니다. △국제적인 조율이 필요하고 △수익은 해당 정부가 사용해야 하며 △시스템 위험과 관련된 모든 금융회사에 적용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었죠.
독일은 3월 31일 은행들로부터 매년 12억 유로의 은행세를 걷어 안정 펀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경제장관은 사상 처음으로 독일 각의에 참석해 은행세 도입 방침을 지지한다고 밝혔죠.
물론 모든 나라가 은행세 도입에 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캐나다는 다른 나라처럼 금융위기를 겪지 않은 만큼 국내 은행으로부터 세금을 걷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6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주최국이기도 한 캐나다는 “G20 정상회의에서도 은행세 도입은 주요 이슈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죠. 금융산업을 키우고 싶어 하는 개발도상국 중에도 규제를 추가하는 것에 부정적인 나라가 적지 않습니다.
또 같은 은행세라고 해도 국가마다 생각하는 내용이 조금씩 다른 것도 사실입니다. 미국이 ‘공적자금 회수’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프랑스와 독일은 ‘위기를 대비한 기금 마련’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영국은 국제 금융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지만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등은 자산이나 부채에 세금을 부과할 방침입니다.
누구에게 부과할 것인지, 세율은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일시적으로 부과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 부과할 것인지, 걷은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 등을 둘러싸고도 각국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은행세 부과에 각국이 대체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실제로 국제사회에서 합의를 이루려면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국회에 참석해 “G20 회의에서 은행세 도입이 굉장히 중요한 안건으로 논의될 것이다. 각국의 의견을 참고하면서 한국에 맞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은행세 논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정부는 ‘국제적인 논의 동향에 맞춰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면서 차분한 자세를 강조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은행세 도입의 장단점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은행세가 도입되면 그동안 골칫거리였던 외화자금 유·출입을 줄일 수 있어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은행세를 포함해 금융권에서 금융위기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을 보고할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서 각국이 은행세에 대한 견해차를 줄이고 글로벌 금융시장에 도움이 되는 결정을 내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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