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에이야D랴외퀼 화산 폭발에 따른 항공대란이 닷새째 계속되면서 국내 산업계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항공기를 이용해 수출하는 전자업체는 항공대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우려가 있어 이에 대비한 태스크포스(TF)팀까지 운영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비상 걸린 휴대전화 수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럽에 수출하는 휴대전화 물량은 하루 평균 약 20만 대.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3000만 달러(약 333억 원)에 이른다. 16일부터 항공기를 이용한 운송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300억 원 이상의 수출 차질이 발생했다는 계산이다.
LG전자는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물류, 유럽 지역 영업, 휴대전화수출 기획부서 등을 중심으로 TF팀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현지에서 공항 자체가 폐쇄됐기 때문에 뾰족한 대응 방안이 없다는 것이 LG전자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재고가 남아 있고, 거래처와 조율해 대응하고 있어 당장 큰 문제는 없지만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본사, 현지법인, 물류 파트너 등과 연계해 현지 상황을 다각적으로 체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나마 반도체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유럽지역 운송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 손실은 하루 평균 40억 원, 하이닉스는 10억 원 정도 되지만 다행히 최근 반도체 시황이 공급이 달릴 정도로 좋은 편이어서 유럽에서 소화하지 못한 제품은 미국 등 다른 지역에서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중소기업들도 항공대란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국내 철강회사에 기계부품을 납품하는 A사 관계자는 “유럽에서 들어오는 부품 중에는 기계 가동에 꼭 필요한 부품이 많은데 이를 해상 운송으로 돌리면 한 달 이상 걸리기 때문에 공항이 정상화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열리는 건설장비 전시회인 ‘바우마 2010’에 참가할 예정이었던 업체의 한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부스를 예약해 놓고 기다렸는데, 항공기 결항으로 참가가 어렵게 돼 너무나 답답하다”고 말했다.
○ 직격탄 맞은 항공업계
항공업계의 피해도 불어나고 있다. 1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가 나흘째 무더기로 결항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현재 운항이 취소된 항공편은 출발 17편(여객기 11편, 화물기 6편), 도착 20편(여객기 13편, 화물기 7편) 등 37편이다. 16일부터 나흘 동안 운항이 취소된 항공편은 모두 127편에 이른다.
대한항공은 19일 여객기 5대와 화물기 4대의 운항이 취소되는 등 지난 4일 동안 모두 86편(왕복 기준으론 여객왕복 22편, 화물왕복 21편)이 결항됐다. 아시아나항공도 19일에 여객기 2대, 화물기 1대 등 지난 4일 동안 30편(여객왕복 9편, 화물왕복 6편)이 결항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에 따른 피해액을 66억 원으로 추정했다. 대한항공은 매출피해액을 추정해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약 193억 원의 매출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공항이 폐쇄됐기 때문에 항공사로선 지켜보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며 “일단 유럽공항 중 가장 먼저 개방하는 공항을 중심으로 밀렸던 화물과 여객을 보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해외 바이어들의 방한 일정도 차질을 빚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11개사로 이뤄진 네덜란드 조선 기자재 구매사절단은 당초 20, 21일 방한해 수출상담회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항공편 결항으로 취소됐다. 이에 따라 KOTRA는 다음 달에 수출상담회를 추진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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