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요즘 비상이 걸렸습니다. 지난해 말 소득세법 개정으로 분기당 1회의 양도소득세 신고가 의무화되면서 당장 예정신고 납부기한이 5월로 닥쳤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한 문의 및 항의 전화도 증권사로 폭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투자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제출 서류가 방대하다는 점입니다. 5종목을 하루에 세 번씩만 거래한다고 해도 3개월마다 제출해야 하는 증빙서류(주식 양도소득금액 계산명세서)는 150쪽에 이릅니다. 전문적으로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은 이 서류가 300쪽이 넘기도 합니다. 또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규정된 서식으로 투자자가 직접 인쇄해 제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개정 전 업계와 한 번만 미리 논의했더라면 직접 서류를 구비해 제출하도록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심지어 일부 투자자는 서류를 제출하니 세무서 관계자가 ‘이게 뭐냐’며 반문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원화 기준으로 과세 소득을 계산하기 위한 환율 적용 시점 역시 명확하지 않습니다. 어떤 증권사는 투자자 계좌에서 매수대금이 출금된 시점을 주식 취득시점으로 산정하는 반면 또 다른 증권사는 외국의 위탁 증권사에서 해외주식을 매수한 시점을 기준으로 삼는 등 똑같은 주식을 매매해도 서로 다른 과세소득이 나오기까지 하는 실정입니다. 이는 소득세법 시행령 제178조의 5 제1항에서 제시하는 ‘양도가액 및 필요경비를 수령하거나 지출한 날’의 의미가 불분명한 데서 발생한 문제입니다.
부동산 양도소득세는 2010년 말까지 무신고 가산세를 20%에서 10%로 낮추고 5%의 예정신고납부 세액공제를 유지했지만 해외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는 별도의 유예기간 없이 무신고 가산세 20%를 바로 적용하고 예정신고 때 납부세액의 10%를 공제하던 제도마저 폐지한 점도 투자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태는 해외주식 투자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요 7개 증권사 개인 계좌에서의 해외주식에 대한 월평균 거래 금액은 2008년 1085억 원에서 지난해 2226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올 1∼3월은 1888억 원으로 감소한 상태입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분기당 1회씩 과세 소득을 신고 납부하도록 한 것은 1년에 한 번 거래할까 말까 한 부동산과 달리 하루에도 여러 번 거래하는 증시의 특성 자체를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금융투자협회는 해외주식 거래를 중개하는 13개 증권사로부터 세제 개선 공동 건의서를 제출받아 기획재정부에 다시 발송한 상태입니다. 이제 막 활성화되려는 해외주식 투자에 정부가 찬물을 끼얹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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