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계좌 유지한 채 운용 투자상황 등 그때그때 확인
투자대상, 주식-채권 넘어 부동산 해외주식 등 다양
《“공모펀드에 실망한 분들 자문형 랩 상품 어떠세요?”
펀드를 탈출하는 뭉칫돈이 늘면서 증권사들이 자문형 랩 상품을 앞세워 투자자 마음잡기에 나섰다. 현재 공모형 펀드는 여러 사람의 돈을 합쳐서 운용하는 방식이다 보니 자신이 가입한 시점부터의 투자현황이나 투자수익률을 보여주지 못하는데다 일단 주식형인 채권형으로 선택해놓으면 상황이 급변해도 일정 비율을 주식 또는 채권으로 유지해야하는 단점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런 점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주가가 회복되자 펀드 환매에 나서면서 ‘펀드 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대안으로 주목받는 자문형 랩 상품은 전문가들이 주식을 대신 투자해준다는 점에서는 공모형 펀드와 같지만 개인 계좌를 유지한 채 운용되기 때문에 자신의 투자현황을 상세히 알 수 있고 상황에 따라 투자비율을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다만 대부분의 투자자문사가 높은 수익률을 올리면 성과보수를 받기 때문에 수수료 부담은 더 높아진다.》
○ 개인 성향에 맞는 자산배분
랩어카운트는 고객이 예탁한 재산에 대해 증권사 전문가들이 고객의 투자성향에 맞도록 투자대상을 배분하고 이를 추천하는 대가로 일정 수수료를 받는 상품을 말한다. 이 중에서 특히 외부 투자자문사와 계약을 해 자산을 관리해주는 서비스가 자문형 랩이다.
기존 랩어카운트 상품은 증권사 안의 전문가군이 자산배분이나 종목 택 등을 모두 관리했다면 자문형 랩은 투자자문사로부터 운용에 관한 자문을 받아 증권사가 대신 운용하는 형태다. 투자자문사들은 통상 인력규모가 작기 때문에 계좌관리나 애프터서비스 등을 충실하게 수행하지 못하는 때가 많다. 따라서 증권사는 이들의 포트폴리오를 활용하는 대신 계좌운용이나 고객 응대,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통상 투자자문사에는 최소 5억 원이 넘어야 가입할 수 있다면 증권사에는 5000만 원 정도로도 같은 포트폴리오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클 때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 강점을 지닌다. 공모형 펀드는 약관에 명시된 대로 주식을 편입해야 하고 일정 비율을 유지해야 하지만 자문형 랩은 탄력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또 편입종목 수도 공모형 펀드는 50∼70개인 반면 자문형 랩은 10∼20개이다.
수수료는 운용보수와 성과보수로 나뉘며 운용보수는 먼저 떼는지, 평균잔액을 토대로 하는지에 따라 다양하다. 통상 소액일수록 수수료율이 높다. 성과보수는 목표수익률을 10% 초과할 때마다 일정 비율대로 떼어가는 형태로 운용된다.
○ 입맛대로 골라보자
대우증권은 지난해부터 한가람투자자문과 연계해 ‘대우-한가람 VIP 랩 1호’를 판매 중이다. 한가람투자자문은 업계에서 드물게 1조 원 이상 운용규모를 자랑하는 대형 자문사로 각종 연기금의 운용을 맡을 정도로 유명하다. 회사 내 많은 펀드매니저가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기업 분석과 리서치에 강점이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5개 투자자문사와 계약을 한 ‘베스트 셀렉션’을 팔고 있다. 특히 최소 가입금액을 3000만 원으로 낮춰 VIP고객에 국한됐던 랩어카운트 가입 기회를 넓혔다.
삼성증권은 주식 일임운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가미했다. ‘삼성아너스 SMA’는 주식 펀드 채권 대안투자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강점을 지녔다. 가입자는 세무 부동산 퇴직연금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외부 18개 투자자문사와 계약을 한 자문형 랩도 있지만 삼성증권 본사에서 운용하는 상품과 PB가 운용하는 상품도 나와 있다. 대표적인 자문형 랩인 ‘케이원’은 지난해 1월 설정돼 누적수익률 121.8%를 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부자아빠 어드바이스랩’을 팔고 있다. 3개 자문회사와 계약을 하고 4가지 상품을 내놓았으며 시스템매매로 할지, 중소기업주식에 투자할지 등을 미리 결정한 뒤 상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우리투자증권은 자문형 랩 상품을 주식, 채권에 한정하지 않고 해외주식, 부동산, 헤지펀드, 실물자산 등으로 투자대상을 다양화했다. 3개 투자자문사와 계약을 하고 ‘가울 플러스’ ‘브레인 플러스’ ‘알바트로스 플러스’ 상품을 판매 중이다.
한화증권은 2개 투자자문사를 선정해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채권 등에 투자한다. KB투자증권의 ‘KB플러스타 랩’은 최소 가입금액이 1억 원으로 많지만 5개 투자자문사를 선정해 증시 주도업종에 투자하거나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등 다양한 선택을 가능하게 했다.
신영증권은 2개 투자자문사와 연계해 시스템매매를 원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랩과 상위 200위 종목 중 5∼15개에 투자하는 랩을 내놓고 있다.
신긍호 한국증권 고객자산운용부장은 “자문형 랩의 성공은 자문사의 운용 역량과 증권사의 자산관리 능력에 달려 있다”며 “신뢰할 수 있는 자문사와 증권사를 먼저 따져보고 가입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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