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이달 14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2에서 A1으로 한 단계 높였습니다. 무디스는 한국이 글로벌 경제위기의 충격에서 빨리 벗어난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경상수지 흑자, 단기외채 감소, 외환보유액 확충, 상대적으로 높은 재정건전성, 신속하고 적절한 경제정책도 신용등급 격상의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천안함 침몰사고라는 국가적 비극의 여파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무디스 발표의 실질적, 상징적 의미는 매우 큽니다.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이 A1으로 올라선 것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1월 이후 처음입니다. 이번 신용등급 격상은 한국이 환란(換亂)의 마지막 부정적 유산에서 12년5개월만에 벗어났음을 뜻합니다. 글로벌 위기 이후 신용등급이 올라간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자메이카 등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국가신용등급이 높아지면 경제의 대외신인도가 높아집니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자금조달이 쉬워지고 차입금리도 낮아집니다. 장기적으로 주식 및 채권시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높습니다. 무디스는 이번 발표 직후 한국수출입은행 등 10개 금융기관과 한국전력 등 7개 공기업의 신용등급도 A1으로 올렸습니다. 국가신용등급 격상이 낭보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새로운 신용등급 A1은 중국 이스라엘 체코 칠레와 같은 수준입니다. 최고등급인 Aaa인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싱가포르는 물론, Aa2인 일본 홍콩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포르투갈, Aa3인 대만 마카오 사우디아라비아보다 아직 낮습니다. 남북 분단 상황에서 호전적 북한정권의 존재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연결되는 측면이 큽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현실적으로 한국이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변수입니다. 천안함 사태는 우리의 엄중한 안보현실을 다시 일깨워주었습니다. 그럴수록 재정, 금융, 노동정책 등에서 국가 경쟁력 제고의 걸림돌이 되는 요인들을 하나하나 제거하면서 신용등급을 더 높여나가는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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