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기자의 쫄깃한 IT] 트위터族의 ‘회원수’ 경쟁…“팔로어 낚아 행복하십니까”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4월 21일 03시 00분



“충격! 김연아의 사생활….”

올해 2월. 피겨스케이팅 하나로 전 국민을 감동시킨 사람이 있죠. 바로 김연아 선수입니다. 인터넷 게시판에 “장하다” “대단하다” 등 축하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중간 중간 이상한 글들도 보였습니다. ‘김연아 사생활 폭로’ ‘김연아의 진실’ 등 자극적인 말과 함께 주소가 링크돼 있는 형태였죠. 클릭해 보면 누군가의 미니홈피가 나옵니다. 물론 안부 댓글을 남기는 ‘방명록’이나 개인 ‘프로필’ 같은 코너는 잠긴 상태입니다. ‘흉가’ 같은 이 미니홈피를 링크한 이유는 바로 방문자 수를 늘리기 위해서죠. 악플을 남겨서라도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바쁜 낚시꾼들. 이유는 하납니다. 자신의 미니홈피 방문자 수가 많은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거리가 될 수 있으니까요.

인터넷의 매력 중 하나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겁니다. 대통령이든, 기업 최고경영자(CEO)든 ID 하나로 활동하는 만큼 누리꾼 집단에 높고 낮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남들보다 돋보이고 싶은 사람들은 어디든 있습니다. 블로그가 대세인 시절에는 자신의 글 밑에 댓글이 몇 개 달리냐에 따라 파급력을 가늠할 수 있었고, ‘싸이월드’로 대표되는 미니홈피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메인 페이지에 걸린 ‘투데이수(방문자수)’가 그 사람의 위상을 나타내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트위터 시대인 지금, 사람들의 관심은 ‘팔로어(follower)’ 수로 옮겨갔습니다. 팔로어가 많다는 뜻은 그만큼 자신을 추종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죠. 명품 브랜드 샤넬 수석 디자이너로 유명한 카를 라거펠트는 그를 추종하는 팔로어가 22만4000명이 넘지만 팔로잉 수는 ‘0’입니다. 영국 록 밴드 ‘라디오헤드’의 보컬 톰 요크도 팔로어는 1만9000명이지만 팔로잉은 단 2명뿐입니다.

이렇듯 ‘팔로어>팔로잉’ 트위터 인이 새로운 온라인 셀러브리티로 각광을 받자 팔로어를 한 명이라도 더 늘리기 위한 노력이 때로는 눈물겹게 펼쳐집니다. 단시간에 ‘팔로어 100명-팔로잉 15명’ 구도를 만든 제 지인은 이랬답니다. 우선 일주일도 안 돼 500명 가까운 사람들에게 팔로잉을 신청하며 씨를 뿌렸습니다. 그중 100명이 자신을 팔로잉 해주는 이른바 ‘맞팔(맞팔로잉)’ 신청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처음에 팔로잉을 신청한 500명 가운데 15명만 남기고 다 신청을 해지했습니다. 그의 철학은 이렇습니다. “뿌린 만큼 거둔 뒤 (씨를) 회수하자.”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팔로어가 많다고 무조건 영향력이 큰 유명인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거죠. 최근 국내 한 과학자는 5000만 개의 트위터 계정을 토대로 ‘영향력’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팔로어 수와 영향력은 별 관계가 없다는 결론입니다. 140자로 편하게 소통하자고 만든 도구를 놓고 사람들은 왜 말보다 숫자에 관심을 두는 걸까요? ‘만민 평등’은 여전히 비현실적인 이상일까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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