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장애인용 스마트폰’, KT의 ‘장애인용 인터넷TV(IPTV)’, 현대자동차의 ‘장애인용 승용차’….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이 같은 제품이 조만간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에 비해 국내에는 장애인이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대기업들이 장애인용 제품 개발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2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식경제부의 2010년도 QoLT 기술개발사업 신규지원 과제 가운데 ‘장애인 접근권을 위한 유니버설 소프트웨어(SW) 인프라 개발’을 서울대와 함께 진행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밋밋한 스크린 터치 방식이다. 점자 버튼이나 음성인식 서비스가 필요한 시각장애인, 전신마비 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삼성전자는 장애인이 미세한 움직임으로도 작동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에 범용직렬버스(USB) 포트를 달고 음성인식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식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KT는 장애인이 미세한 움직임으로도 편하게 조작할 수 있는 IPTV 개발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특수 마우스 등을 이용해 TV 화면에 뜬 키보드, 볼륨조절 키 등을 작동할 수 있는 셋톱박스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정한욱 KT 중앙연구소 소장(상무)은 “장애 유형별로 최적의 환경에서 IPTV를 시청하도록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T는 이르면 2011년경 장애인용 IPTV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현대자동차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승용차에 쉽게 타고 내리는 ‘복지자동차’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지경부와 함께 QoLT 사업을 이끌고 있는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IT제품을 차별화하려면 장애인을 위한 기술에 미리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이 시장은 사회 고령화에 따라 성장 잠재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QoLT(Quality of Life Technology): ‘삶의 질을 위한 기술’의 줄임말. 장애인과 노약자가 사용하기 편한 휴대전화, TV, 각종 의료 보조기기 등의 개발에 쓰이는 기술을 의미한다. 전신마비 장애를 극복해 강단에 선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를 중심으로 한 전문가들과 지식경제부가 지난해 QoLT 사업의 틀을 만들었다. 대기업들이 연구개발(R&D) 단계부터 제품 판매까지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어 새로운 시장으로 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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