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와 부동산시장 침체, 펀드 대량 환매 등 투자 대안이 마땅치 않은 틈을 타 주가연계증권(ELS)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된서리를 맞고 급격하게 위축됐던 ELS 시장이 고수익과 안정성을 무기로 주식투자 대안상품의 위상을 다시 높이고 있는 것.
여기에 퇴직연금까지 가세하면서 ELS 시장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ELS는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투자 수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 갈 곳 잃은 자금 몰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ELS 발행액은 5조600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조4313억 원)보다 254% 급증했다. 발행 종목도 같은 기간 592개에서 1964개로 232% 증가했다. 월간 발행액은 10개월 연속 1조 원을 넘어섰다. 수익률도 상당한 수준이다.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지난달 상환된 ELS의 연 환산수익률은 15.82%다.
ELS가 인기를 끄는 것은 갈 곳 잃은 자금의 대안으로 부상했기 때문. 최근 환매 몸살을 앓는 주식형펀드 자금도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을 통해 일부 옮겨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호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저금리와 국내 증시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주식형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보장된 ELS 상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과 강남 ‘큰손’들의 가세도 시장을 키웠다. 증권사들은 퇴직연금을 유치하기 위해 앞 다퉈 수익률이 높은 원금보장형 ELS를 설계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원금보장형 퇴직연금 상품 가운데 ELS의 비중은 2008년 12월 2%에서 올해 1월에는 5.8%까지 증가했다”고 말했다.
투자 대안을 찾는 부자들이 증권사에 요청해 만드는 ‘사모 ELS’도 늘어났다. 사모 ELS 발행액은 지난해 1분기 6021억 원에서 올해 1분기 2조7758억 원으로 361% 급증했다.
○ 원금비보장형 상품도 크게 늘어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와 안정을 추구하는 투자자를 모두 끌어들이기 위해 위험도가 다양한 상품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안정성이 중시됐지만 최근에는 고수익을 노리는 원금비보장형 상품도 크게 늘고 있다.
이중호 연구원은 “과거엔 원금보장형은 기초자산의 가격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최초 약정한 수익금만 받았고 원금비보장형은 시간이 갈수록 조기상환 조건이 완화되는 구조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구조의 상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LS 운용사들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당국이 감시를 강화한 것도 상품구조 분화에 한몫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헤지(위험회피) 거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뒤 운용사들도 주가조작 의혹에서 벗어나도록 신중하게 상품 설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기초자산을 우량종목 하나로 줄여 고수익을 노리는 부스터(Booster) 상품, 기초자산을 두 개로 하더라도 만기에 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기준으로 정해 수익 구조를 개선하는 상품, 약정 수익률 외에 보너스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 상환 시점에 원하면 현금 대신 주식으로도 받을 수 있는 상품, 만기를 6개월로 단축해 고수익-고위험을 추구하는 상품 등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ELS는 여전히 고위험 투자 상품으로 분류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증권사가 제시하는 최고 수익률에만 눈길을 주지 말고 상환 조건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일반 펀드보다 중도 환매수수료가 높아 여유자금을 분산 투자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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