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펀드운용 특허 베끼지 마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3일 03시 00분


우리증권 직원, 하나대투 상대로 특허침해 심판 청구

금융특허의 출원과 등록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한 증권사 직원이 자신이 특허를 보유한 펀드 운영방법을 베꼈다며 대형 증권사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조영호 우리투자증권 신사업전략부 과장은 주가 변동 폭에 따라 매수 금액이 자동 조절되는 금융펀드 운영방법을 모방했다며 하나대투증권을 상대로 최근 특허심판원에 특허침해 권한심판을 청구했다. 조 과장은 삼성증권에도 이번 주 특허등록 사실을 알리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삼성증권 측 태도에 따라 권한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다.

조 과장은 2008년 8월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여 지수가 상승할 때보다 지수가 하락할 때 더 많은 금액을 분할 매수하는 운용기법에 대해 특허를 취득했다. 주가 하락 때마다 자동으로 저가 매수함으로써 상승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수익이 낮지만 하락장 때는 손실을 낮추면서 수익을 얻는 구조다.

조 과장이 심판청구한 상품은 2월 하나대투증권이 내놓은 ‘서프라이스 적립식 자동매수 서비스’와 4월 19일 삼성증권이 출시한 ‘스마트플랜펀드’다. 그는 “두 펀드 모두 일반 적립식 펀드와 달리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금이 바뀌고 주가가 떨어질 때 매수금액이 많아지는 등 특허의 핵심내용을 침해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대투증권 측은 특허의 일부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특허 침해가 되지 않는다는 원칙 등에 비춰볼 때 특허 침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현엽 하나대투증권 상품기획본부 차장은 “3월 초 내용증명을 받고 법률 자문을 한 결과 침해 요인이 없다는 대답을 받았다”며 “이와 같은 내용을 이미 조 과장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곽훈 삼성증권 브랜드전략팀장은 “삼성증권의 스마트플랜펀드는 적립식인 데다 머니마켓펀드(MMF)와 ETF를 함께 운용하는 조 과장의 방식과 달리 채권과 ETF를 같이 운용해 특허 침해 요소가 하나도 없다”며 “우리가 이번 펀드의 특허 출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황당하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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