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의 관심이 천안함 사건에 쏠려 있던 때에 김형오 국회의장이 정보기술(IT) 통합부처의 설립을 공개적으로 제안해 관심을 끌었다. 단지 지난 정권 때 있던 정보통신부의 부활이 아니라 콘텐츠까지 총괄하는 부처의 필요성까지 한걸음 더 나아갔다. 이명박 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작업에 한 발을 담갔던 당사자인 김 의장이었기에 더 파장이 컸다.
정통부를 해체하는 이 정부의 조직개편에 반대했던 사람들은 ‘만시지탄’을 거론하면서 정통부의 부활을 주장하고 있다. 과연 한국 IT산업의 위기는 정통부를 해체했기 때문인가. 정통부를 부활시키면 위기에 처한 한국의 IT산업이 부활할 수 있는가.
이 책은 한국의 IT산업에 대한 이런 물음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저자는 현재 고려대 영어영문학과에 다니는 대학생이다. IT분야의 대가들이 즐비한 터에 어찌 경험이 일천한 일개 대학생의 주장을 소개할 가치가 있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겠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저자가 인터넷 이용자이기 때문에 이해가 용이하다. IT 전문가들은 대부분 IT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 공급자의 위치에서 문제를 바라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둘째는 필자가 경험이 많은 IT 전문가가 아니라서 어려운 IT 용어를 많이 쓰지 않아 읽기가 쉽다. 전에 외국서적을 번역한 IT 관련 책을 읽으려고 했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번역자도 IT 전문가가 아닌 탓인지 생소한 용어가 그대로 노출돼 중도에 읽지 못한 것이다.
더욱이 저자가 직접 보고 듣고 경험했던 여러 가지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그것은 저자의 능력이 유별나게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대학생은 물론 일반인들도 경험할 수 있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과거 한국이 IT 강국이었다는 전제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그는 “기술이 더 현란하고 화려하다고 해서 좋은 IT인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컴퓨터나 휴대전화가 중요하다면 그 기술, 그 제품 그 자체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사람에게 유용하기 때문이다”라는 것이다. 그는 과거 한국이 IT 강국임을 자랑할 때 기술의 우위만을 강조했던 것이라고 본다. 그러기에 저자에게 있어서 좋은 IT란 우월한 기술도 아니고 우월한 콘텐츠만도 아니다.
저자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그 해답은 책의 제목대로 ‘소셜 웹’에 있다는 것이다. 휴대전화 기술에서 세계 첨단을 달리던 한국이 아이폰에 밀려 우물쭈물하는 것은 기술의 부족이 아니라 소셜 웹의 부족 탓이라고 보는 것이다. 저자는 왜 소셜 웹이 중요한지를 자신의 경험을 통해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있다.
인터넷 세계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 것인가. 저자가 그리는 발전된 웹의 세계는 이상적이다. 저자는 미래의 소셜 웹 시대에 기업은 이용자나 소비자의 가치를 배제하고 이윤과 권력을 창출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금융개혁 교육개혁의 길도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빈곤 문제의 해결책도 모색할 수 있다고 본다. IT에 문외한이나 다를 바 없는 필자로선 검증 자체가 불감당이다. 젊은 저자의 당찬 주장이 과연 근거 있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지 않은가.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오바마노믹스’ 장밋빛 구호와 배반의 실체 백인 오바마/티머시 P 카니 지음·이미숙 옮김/336쪽·1만5800원·예문
이 책의 원제인 ‘오바마노믹스(Obamanomics)’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뜻한다. 저자는 새로운 규제, 세금, 보조금을 만들기 위해 거대 기업과 정부가 제휴하는 것으로 이를 정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을 비롯한 소수인종, 서민, 중소기업에 희망을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은 골드만삭스, 화이자, 제너럴일렉트릭 등 거대 기업의 이익을 위해 현실과 타협해 간다고 꼬집는다. 즉, ‘백인 오바마’가 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건강보험개혁안을 꼽는다.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함으로써 3200만 명이 추가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된 것은 의미가 깊다. 하지만 국영보험회사 도입에 실패해 결국 정부보조금을 통해 민간보험회사들을 살찌게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보험회사와 제약사들은 수십억 달러의 로비 자금을 오바마 정부에 쏟아 부었고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스트에게 둘러싸이게 됐다고 꼬집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미래 경영환경을 예측하는 5色분석도구
프리즘-미래를 읽는 5가지 안경/페로 미킥 지음·오승구 옮김/352쪽·2만5000원·쌤앤파커스
오늘날 인간의 능력은 우주선까지 쏘아 올릴 정도지만 ‘미래’는 여전히 미지의 성역으로 남아 있다. 유용한 미래분석 모델을 탐색해온 저자는 “미래를 예측하는 체계적인 툴이 있다면 미래를 읽고 경영에 성공할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미래경영이란 미래가 어떻게 발전할지, 또 이를 전략적으로 어떻게 연결할지에 대해 미리 인식하고 분석하는 모든 시스템과 가정, 방법론을 포함한다. 저자는 5가지 ‘미래안경’을 미래분석의 도구로 제시한다.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모든 미래의 모습을 보는 ‘푸른 안경’(가정 분석), 미래의 기회들을 분석하고 비교 평가하는 ‘초록 안경’(기회 발견), 수많은 기회 가운데 최종 목표가 될 미래를 결정하는 ‘노란 안경’(비전 개발), 위험을 예측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붉은 안경’(리스크 관리), 궁극적으로 원하는 미래에 대한 최종 계획을 세우는 ‘보라 안경’(전략 수립)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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