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엔 “OK”, 디자인 보곤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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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4일 03시 00분


中企중앙회 주최 ‘美 LA 무역박람회’ 현지 반응

국내 中企 부스 110개 마련
공예품 홍삼 등 품목 다양
바이어들 “질 좋고 잠재력 커”
현 지화 전략 - 특허문제 숙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카르멘 트루타니치 로스앤젤레스 시 검사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21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슈라인엑스포홀에서 열린 중소기업 무역박람회 부스에서 제품을 시음하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미국 시장에서 무역박람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 제공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카르멘 트루타니치 로스앤젤레스 시 검사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21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슈라인엑스포홀에서 열린 중소기업 무역박람회 부스에서 제품을 시음하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미국 시장에서 무역박람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 제공 중소기업중앙회

21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의 슈라인 엑스포홀은 오랜만에 활기가 넘쳤다. 주차장은 중소기업중앙회 주최 무역박람회에 참가한 한국 중소기업 관계자들로 오전 일찍부터 붐볐다. 박람회에 참석한 현지 주민은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요즘 미국인들은 하루 10달러인 주차료가 아까워 차를 가져오지 않는다”며 “오늘처럼 주차장이 붐비는 것은 드물다”고 전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약 1500m² 규모의 전시장에 110개의 국내 중소기업 부스가 늘어서 있었다. 공예품부터 홍삼, 시계, 액세서리, 캐릭터용품, 화장품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들로 부스는 빼곡했다. 지압과 수지침을 판매하는 ‘예방갈무리’ 관계자는 “전시비용 때문에 참가 여부를 고민했지만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을 한번 공략해보자는 생각으로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 현지 바이어, “품질 만족” 그러나 “현지화 아쉽다”

중기중앙회가 미국 시장에서 무역박람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등 아시아지역에선 수차례 박람회를 열었지만 미국 시장은 예외였다. 미국 내 마케팅 비용이나 물류비 부담이 상당한 데다 품질에 대한 요구조건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국내 중소기업 제품의 품질이 좋아지고, 해외 판로 개척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실제로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미국 바이어들은 품질에 상당한 만족감을 보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액세서리를 팔고 있는 커크 크라이저 씨는 “질 좋고 잠재력이 충분한 제품이 많았다”며 “특히 요즘 미국 10대들에게 인기가 높은 피어싱 제품은 중국산에 비해 철의 순도가 높아 품질이 훨씬 좋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산은 낮은 순도 때문에 자꾸 염증을 일으킨다는 불만이 많아 얼마 전 납품을 중단했다”며 “품질이 좋고 가격도 저렴한 한국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입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들의 현지화 노력 부족은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매장에서 만난 한 현지 바이어는 “한국 전통 문양을 담은 제품들이 독특하긴 하지만 미국인들의 취향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며 “상품화 과정에서 디자인을 현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인들이 상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스토리 텔링’ 등 마케팅 기법을 보강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이번 행사를 지원한 경영컨설팅 업체 ABA의 제러미 매드빈 사장은 “한국 상품의 수준이 높지만 미국인에게는 생소한 품목이 적지 않다”며 “해당 상품의 문화적 배경을 충분히 설명해주는 마케팅 기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목침’ 상품을 카탈로그로만 접하면 ‘딱딱한 나무베개를 왜 사용하느냐’는 의구심을 품는 미국인이 상당수지만, 한국 전통 목침의 유래를 알고 나면 생각이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미국 진출 성공한 노하우


미국 시장에 일찍 진출해 자리를 잡은 국내 중소기업들은 현지화와 특허문제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2000년 미국 시장에 판매법인을 세운 체성분분석기 제조업체 ‘바이오스페이스’는 현지화에 성공한 사례다. 이 회사는 최근 세계 최대 의료기 업체 중 하나인 제너럴일렉트릭(GE)에 자체 상표로 납품한 데 이어 헬스클럽 체인인 ‘라이프타임 피트니스’로부터 100만 달러(약 11억1000만 원) 상당의 계약을 따냈다. 한때 실적이 저조해 법인장 교체가 잦은 적도 있었지만 의사결정 과정에서 현지 직원과의 문화적 차이를 잘 극복해 미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바이오스페이스 윤학희 미국법인장은 “현지 직원들과 문화적 장벽을 해결하지 못하면 미국 시장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현지 직원과의 수평적인 소통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소송 천국’이라는 미국 시장의 특성에 맞춰 특허권에 대한 철저한 대비도 시급하다. 의료전문가용 체성분분석기에 여러 건의 특허를 갖고 있는 바이오스페이스의 경우 미국 대학당국이 특허권 문제를 제기해 한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보통 미국 일류 로펌 소속 변호사가 시간당 900달러를 받는 등 수임료가 비싸기 때문에 자본이 부족한 국내 중소기업들에는 소송비용이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윤 법인장은 “특허분쟁의 소지를 미리 없애려면 웬만한 제품기술은 서둘러 미국에서 특허출원을 해두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로스앤젤레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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