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들여 ‘미분양’ 4만채 줄인다

새 아파트 입주예정자 살던 집 사면 DTI규제 완화
주택보증 매입규모도 6배로 늘려 거래 활성화

정부는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가 살고 있는 기존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에 한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 총 5조원을 투입해 공공부문에서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고 각종 보증도 지원해 전국 11만6000채의 미분양 아파트 가운데 약 4만 채를 줄이기로 했다.

정부는 23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주택 미분양 해소 및 거래 활성화 방안’을 확정했다.

○ 미분양 주택 4만 채 줄인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안 팔려 입주 예정일이 지나고도 신규 분양주택에 입주하지 못하는 수요자들을 위해 이들이 보유한 기존주택(6억 원 이하 및 전용면적 85m² 이하, 투기지역 제외)을 매입하는 사람들은 5월부터 DTI 한도를 초과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연소득이 7000만 원인 A 씨가 입주 예정자의 6억 원짜리 주택을 사기 위해 대출을 신청하면 현재는 DTI 규제로 2억1800만 원까지만 빌릴 수 있지만 5월부터는 담보인정비율(LTV) 한도인 3억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또 이 같은 기존주택 매입자 중 연소득이 4000만 원 이하인 가구에는 국민주택기금에서 가구당 2억 원까지 연리 5.2%로 빌려주기로 했다. 국토해양부는 기존 주택이 안 팔려 신규 입주를 못하는 가구가 전국에 4만 가구(수도권 2만5000가구 포함)가량 될 것으로 추정했다.

미분양 대책으로는 대한주택보증의 환매조건부 미분양 주택 매입규모를 현재 5000억 원에서 3조 원으로 늘려 올해 말까지 중소 건설사의 미분양 아파트 2만 채를 사들이기로 했다. 또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가 사들인 분양 아파트를 되팔지 못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하고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담보로 건설사가 발행하는 회사채를 보증으로 해 모두 1만 채의 미분양 주택을 줄이기로 했다. ○ 채찍과 당근 병행

이번 방안은 침체에 빠진 주택경기가 자칫 국민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왔지만 DTI, LTV 등 금융규제의 전면 완화나 수도권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 등 그동안 주택건설업계가 줄곧 건의해 온 항목들은 제외됐다. 건설업계는 “지방 중소건설사들의 급한 자금난을 해결할 수는 있겠지만 주택경기를 근본적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MB “건설업자 도덕적 해이”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경제침체로 갑자기 어려움을 겪게 된 견실한 업체도 있지만 무분별한 투자로 미분양 사태를 양산한 건설업체의 책임도 적지 않다”며 “건설업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엄정한 대응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서민경제를 위해 응급 처방은 내렸지만 사업성도 검토하지 않고 주택을 대량 건설한 일부 업체의 ‘한탕주의’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