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 한국서도 ‘백전노장 펀드매니저’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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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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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판매보수가 인하된다. 당장 5월부터 판매보수가 낮아질 예정이다. 이번에 시행되는 보수 인하 기준에 따르면 3년이 지나면 판매보수가 1%로 낮아지기 때문에 장기 투자자들에게 유리하다. 사실 그동안 펀드 가입자들은 판매보수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특히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도 판매보수와 운용보수를 꼬박꼬박 떼어 간다는 것에 대한 민원이 컸다. 일각에선 국내 펀드 총보수가 선진국보다 높다고 말한다. 맞는 부분도 있지만 판매사나 운용사 편에서도 설명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우선 펀드 수익률이 좋을 때 성과급이 없다. 주식형펀드의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이(일반주식형 기준) 21.8%인데 이는 어떤 금융상품보다 높은 성적이다. 그래도 미리 정해진 보수 외에는 한 푼도 더 받지 않는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특정 시기에 마이너스 성적이 난 것을 가지고 염치없게 보수를 받는다고 몰아세울 일만은 아니다. 또 판매사는 전산투자 비용도 많이 들어갔고 최근에는 펀드가입 상담절차가 복잡해져 인건비도 만만찮다. 하지만 찬반 양론을 떠나 3년 이상 투자자에게는 보수를 인하해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 결정을 환영하고 싶다.

그런데 판매보수 인하 못지않게 되짚어 봐야 할 점은 장기투자 문화를 제대로 갖춘 운용사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운용업계 임원들의 평균 근무연수는 3년 남짓으로 알려졌다. 또 펀드매니저들의 평균 근무기간도 5년을 넘지 못한다. 심지어 펀드매니저들이 2, 3년간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곳도 있다. 운용을 잘하는 매니저는 스카우트되기 때문에, 못하는 매니저는 수시로 해고당하는 탓에 한곳에 오래 정착하지 못하는 척박한 환경에서 장기투자에 대한 철학과 일관성이 제대로 갖춰질지 의문이다. 반면에 외국의 운용사에서는 백발의 할아버지 펀드매니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 펀드만 수십 년씩 운용하는가 하면 부자(父子)가 같은 회사에서 대를 이어 운용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고객과 같이 늙어가면서 고객의 자산을 자기 재산처럼 살피고 불려 나간다.

이에 비해 30대 매니저가 주력 부대이고 40대만 되면 관리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국내 현실은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국내에 펀드가 도입된 지도 이제 40년이 지났다. 20대 후반에 이 업계에 들어왔다면 60세가 넘은 고령의 매니저가 워런 버핏처럼 현명한 운용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펀드가 있다면 고객도 안심하고 가입할 것이고 요즘처럼 대량환매 사태도 없을 것이다. 운용은 다른 어떤 업무보다 경험이 중요하다. 금융위기도 두세 차례 넘기고 불경기도 무수히 겪어본 노련한 노(老)매니저가 등장할 날을 기다려본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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