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첨단기능 실험, SF영화처럼 환상적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5월 4일 03시 00분


■ 한라그룹 복귀후 투자 늘린 ‘만도’ 중앙연구소 르포

車-도로조건 컴퓨터로 설정
무인자율주행車 개발 한창

R&D분야 200여명 신규채용
연구인력 2년 만에 10배로

만도는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해 2013년까지 세계 50위 내 자동차 부품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경기 평택시 만도 시험평가연구소의 무음향실에서 회사 부품이 들어간 차량의 소음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 제공 만도
만도는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해 2013년까지 세계 50위 내 자동차 부품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경기 평택시 만도 시험평가연구소의 무음향실에서 회사 부품이 들어간 차량의 소음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 제공 만도
“저 스크린 아래 보이는 조향장치는 진짜 부품들이에요. 컴퓨터와 스크린, 자동차 기계 장치를 연결한 겁니다.”

연구원이 컴퓨터의 버튼을 누르자 대형 스크린 아래 있는 운전대와 축들이 실제로 돌아갔다. 그동안 벽에 붙은 대형 화면에는 서 있는 두 대의 자동차 사이로 또 다른 자동차가 주차되는 컴퓨터그래픽이 나타났다. 가상의 자동차에 달린 센서가 감지하는 범위가 화면에 표시됐고, 가상의 속도와 엔진회전수(rpm)도 표시됐다.

○ ‘첨단 기능들은 SF 영화 보는 듯’


지난달 28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만도 중앙연구소 ‘힐스(HILS·가상통합개발환경)’ 연구실. 차량이나 도로 조건 등을 컴퓨터로 설정해 놓고 실제 기계 장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테스트하는 곳이다. 연구원들은 만도가 개발 중인 자동주차시스템(SPAS)을 시험하는 중이었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가 개발 중인 몇몇 첨단 운전자지원시스템(ADAS)들은 SF 영화를 보는 듯했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 헤이허(黑河)의 시험장에서 촬영한 것이라는 무인자율주행자동차(IAV)가 그랬다. 운전자 없이 혼자 움직이는 무인 차량이 스스로 경로를 찾고 속도를 제어하다가 교차로에서 다른 차량을 만나면 서로 교신해 누가 먼저 갈지 우선권도 정했다. 한원식 만도 중앙연구소 연구개발(R&D) 전략실장은 “IAV는 그리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라며 “교통 표지판이나 신호등과 교신하는 다음 버전 기술도 구현했다”고 말했다.

만도는 센서, 레이더, 카메라 등 각종 전자장치를 이용해 운전자의 안전과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ADAS 분야를 신규 사업부문으로 정해 기술 개발과 양산 추진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도 측은 “자동차 부품회사뿐 아니라 전자업체들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지만 시스템 통합기술이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만큼 유리한 위치에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만도는 제동장치, 조향장치, 현가장치 등 섀시시스템을 모두 생산하는, 세계적으로 흔치 않은 종합부품회사다.

○ ‘전자화 연구인력 계속 증원할 것’


특히 ADAS 등 신성장동력 투자는 2008년 만도가 한라그룹에 다시 편입된 뒤 크게 늘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만도는 1999년 JP모간이 주축이 된 펀드 ‘선세이지’에 팔렸다가 9년 만에 한라그룹으로 돌아왔다. 변정수 만도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외국계 펀드자본은 단기 수익에만 치중해 장기적인 R&D를 게을리 했다”며 “한라그룹이 다시 만도를 인수한 뒤 그간 거의 뽑지 않았던 R&D 인력 200여 명을 새로 뽑았다”고 밝혔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2007년 3.8%에서 지난해 5.4%로 늘었다.

홍대건 만도 중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새 경영진이 오기 전까지는 3, 4명의 연구원이 자발적으로 ADAS를 연구했는데 경영진이 바뀐 뒤로 관련 연구 인력이 10배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만도는 올해 상반기(1∼6월)에도 차량용 반도체 및 카메라 설계, 센서, 통신시스템 개발 등 관련 연구인력 130여 명을 수시 채용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2013년까지 세계 50위 내 자동차 부품업체가 되겠다는 비전을 달성하려면 갈수록 진전되는 자동차의 전자화 추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용인=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자동주차 차량 타보니…

운전대 저절로 움직이며 전-후진 반복
1분도 안돼 원하는 공간에 주차 완료


주차는 모든 초보 운전자의 고민이다. 경보음 발생 장치나 후방카메라도 좋지만 아예 차가 주차를 대신해 줄 순 없을까. 만도가 개발 중인 자동주차시스템(SPAS)을 지난달 28일 경기 평택시 이 회사의 시험평가연구소에서 체험해 봤다. 만도는 올해 8월 세계 최초로 자동 직각주차 기능을 양산 차량에 채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동 평행주차 기능은 일부 수입차량에 이미 적용돼 있다.

연구소에서 타 본 시험 차량은 현대자동차의 ‘투싼 ix’였다. 별도의 스크린 장치에 스위치를 넣고 △우측 직각 △우측 평행 △좌측 직각 △좌측 평행 등 4가지 모드 중 좌측 직각 모드를 골랐다. 차량 두 대 사이의 빈 주차면을 센서가 확인한 뒤 자동 주차가 시작됐다. 운전대가 저절로 돌아가서 방향을 잡아줬으며 후진 또는 전진을 해야 할 위치에 오면 경보음이 울렸다. 기어를 움직이거나 가속·제동페달을 밟는 것, 일단 주차 공간에 자리를 잡은 뒤 최종 정렬을 하는 것은 운전자의 몫이었다.

직각 주차와 평행 주차 모두 실제로 주차에 걸린 시간은 1분이 채 되지 않았고, 익숙해지면 상당히 유용할 듯했다. 만도 측은 직각주차의 경우 전면주차는 비교적 쉬운 만큼 후면주차만 지원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평택=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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