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한 번에 세 등급이나 떨어뜨리면서 정크본드 등급인 ‘BB+’로 평가했고 포르투갈의 신용등급도 ‘A+’에서 ‘A-’로 두 등급 낮췄다. 더욱이 이들과는 경제규모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스페인마저 ‘AA+’에서 ‘AA’로 하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해당 국가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4월 이전 연평균의 2배가 넘는 수준으로 확대됐고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재차 대두되면서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었다. 주말 동안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이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에 합의하면서 금융시장이 진정될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는 남아 있다.
가장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는 포르투갈과 스페인까지 신용등급이 내려가고 있다는 점에서 유럽 지역 전체의 문제로 확대될 것인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유럽 전역으로의 확산을 우려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도마에 올라 있기는 하지만 그리스와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그리스는 재정 적자와 과잉부채가 만성화된 국가이다. 2000년 이후 평균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5%를 상회하고 정부부채 규모도 GDP의 100%에 육박한다.
반면 스페인은 이번 위기 국면 이전까지 흑자 재정을 유지했고 정부 부채는 지난해를 포함해도 평균 47% 수준이었던 만큼 비교적 견실한 국가로 볼 수가 있다. 20%가 넘는 실업률과 부동산 버블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지만 이것들이 당장 국가 부도 위기와 결부 지을 만큼의 요인은 아니며 내부적으로 시간을 두고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된다.
포르투갈도 그리스와 같이 만성 적자 상황이기는 했지만 그 수준이 3%대로 그리스에 미치지는 않으며 정부부채는 유럽지역의 평균 수준을 꾸준히 유지해 오는 양호한 상태이다.
결국 그리스와 함께 위기설이 돌고 있는 두 국가는 아직까지 그리스처럼 직접적인 지원을 필요로 하는 위기 상황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리스 다음으로 위험하다고 알려진 두 국가가 아직까지 위기 상황에 직면한 것이 아니라면 현 시점에서 신용위기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는 것은 기우라는 판단이다.
지난 주말 그리스와 EU가 3년간 1100억 유로에 이르는 지원에 합의했다. 규모 면에서 사상 최대이자 유로존 출범 이후 회원국에 대한 첫 구제금융이다. 2008년 헝가리나 지난해 루마니아의 사례를 보더라도 구제금융이 결정되고 나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빠르게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리스의 국채 상환일인 19일 이전에 구제금융 자금을 지급할 것으로 결정된 만큼 그리스와 관련된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빠르게 축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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