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추석 과일 확보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5일 19시 35분


문상윤 롯데마트 과일 담당 상품기획자(MD)는 열흘째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경남 함안과 의령, 충남 논산과 부여, 전북 익산 등에 있는 과수원을 ‘이 잡듯이 뒤지며’ 출장을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아홉 살, 열두 살배기 아이들까지 ‘포기한’ 문 MD의 지상 과제는 올해 추석 과일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문 MD와 같은 대형마트 과일 담당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사상 유례가 없는 이상(異常) 저온 현상으로 남부 지방 사과나 배 등의 꽃이 피지 않으면서 과일 수급에 불똥이 떨어진 것. 특히 MD들은 수박 참외 등 여름 과일보다 사과 배 등 추석 때 필요한 과일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름 과일은 일조량 부족 등으로 ‘품질 저하’가 우려되지만 추석 과일은 아예 꽃도 피지 않아 ‘품귀 현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예년의 경우 과일 재배 면적의 증가율, 꽃의 착화율, 과실의 착과율 등을 고려해 6월 중순부터 시작된 ‘추석 과일 확보전’이 한 달 이상 빨라졌다.

문 MD는 “올봄 개화기 남부 지역의 착화율이 40∼50%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품질이 우수한 과일은 둘째 치고 물량 확보 자체가 관건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롯데마트 과일 MD들은 지난해보다 3, 4배 많은 지방 산지(産地) 출장을 나가고 있으며, 가능하면 농가와 사전에 계약을 하고 생산량을 전량 구매하는 ‘계약 재배’를 확대해 추석 물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홈플러스 과일팀 MD들도 주말과 휴가를 모두 반납한 채 팀장과 파트장급 직원들까지 모두 산지로 나가고 있다. 농가를 직접 둘러보고 평년에 비해 생산량이 얼마나 줄어들 것인지, 품질은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를 미리 살펴보는 것. 이 과정에서 이상 저온의 피해를 덜 본 농가와 그동안 농사를 잘 지어 품질이 좋은 과일을 생산해 왔던 농가를 중심으로 계약 재배를 늘릴 방침이다. 또 품질이 좋은 과일을 선별하는 법, 자연 개화가 아닌 인공 개화 방법 등에 대한 농가 컨설팅도 강화할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이 외에도 거래하는 농가마다 비파괴 당도 측정기를 설치키로 했다. 일조량이 적어지면 과일의 생육이 늦어질 뿐만 아니라 당도 또한 낮아지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당도를 갖춘 과일을 골라내기 위한 조치다.

신세계이마트 MD들도 사과 배 등의 수확 시기가 추석인 9월 중순보다 최대 10일 정도 늦어질 것으로 보고 전북 장수, 경남 거창 등 다른 지역보다 수확 시기가 비교적 빠른 지역을 우선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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