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환급금 19조 붙잡아라” 사활 건 유치 마케팅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6일 03시 00분


20조 몰린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 9776억만 주식대금 배정
청약자 중 고액자산가 많아
우대서비스-투자설명회 등 자금 이탈 방지에 총력

《‘국민주’로 불릴 만큼 뜨거운 열기를 보인 삼성생명 공모청약이 끝나면서 청약증거금으로 몰린 돈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생명 청약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른 시중 부동자금 20조 원을 증시 주변에 묶어두기 위해 증권사들은 사활을 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4일 마감한 삼성생명 일반공모 청약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9조8444억 원의 증거금이 몰려 40.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삼성생명의 성장성과 상징성을 감안하더라도 예상을 뛰어넘는 열기였다. 삼성생명 청약 열풍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600조 원으로 추산되는 시중 부동자금 규모의 실체를 두 눈으로 확인시켜 준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생명 청약이 통상 1조∼2조 원 규모이던 기존 공모시장 범위를 크게 뛰어넘은 것은 각종 부동자금이 일시에 유입됐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경기 침체로 갈 곳을 잃은 자금이 삼성생명 상장이라는 잔칫상에 한꺼번에 몰려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실체를 드러낸 부동자금 가운데 일반에 배정된 공모금액 9776억 원을 제외한 18조8668억 원은 다시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떠돌게 됐다.

대출을 통해 마련한 청약자금이 아니라면 주가연계증권(ELS)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단기 기업어음(CP),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상품에 머물며 또 다른 투자처를 물색할 수 있다. 일부 자금은 5월 공모주 시장을 노리면서 증시 주변을 맴돌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환급금을 붙잡아 두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청약자 가운데 고액자산가가 많은 만큼 자금을 묶어둘수록 자산관리 영업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삼성증권은 6일 삼성생명 청약 환불금 투자설명회를 갖고 투자자의 마음을 붙잡을 계획이다. 공모주 투자를 원하는 고객에게는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과 삼성글로벌기업공개(IPO)펀드 등의 상품을 권유할 방침이다. 청약자금의 상당 부분이 삼성그룹의 장기 성장성을 기대하고 투자한 것으로 보고 ‘삼성그룹플러스랩’을 출시해 중점 판매키로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공모주 관심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공모주 펀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또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들을 위해 자산관리 서비스인 ‘아임유’를 적극 판매할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도 3일부터 청약자금 이탈방지 작전을 시작했다. 신규 고객 중 1000만 원 이상 거래한 고객 가운데 추첨을 통해 경품을 제공하고 직장인 청약자를 유치하기 위해 CMA 우대금리와 함께 그룹 통합 우대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ELS, DLS 등의 대안상품과 맞춤형 랩어카운트, 고객 성향에 맞는 다양한 주력 펀드로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특판 RP와 정기예금형 신탁, 원금보장형 ELS 등으로 고객들을 붙잡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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