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지난달 포스코건설, 포스코특수강, 포스코ICT 등 8개 출자사와 함께 그룹 통합 구매조직을 출범시켰다. 포스코 본사와 계열사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포스코가 그룹 차원의 총괄 조직을 잇달아 만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앞서 포스코는 2월 본사와 출자회사들의 경영전략을 조율하는 전략기획총괄 조직을 신설했다. 전략기획총괄은 그룹 차원의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계열사 간 투자 조율 등을 맡는 조직이다. 그룹 차원의 통합 경영을 강화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포석이다. 자산규모 기준으로 재계 6위인 포스코는 포스코건설과 포스코ICT 등 23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계열사를 지휘하는 그룹 차원의 ‘컨트롤 타워’는 없었다.
포스코가 브랜드 관리와 계열사 광고를 전담할 자체 광고대행사를 설립하기로 한 것도 ‘그룹 경영’ 체제로 가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계열사 광고 대행뿐만 아니라 브랜드 관리까지 하겠다는 것은 그룹 차원의 ‘브랜드 경영’을 하겠다는 의미”라며 “‘포스코 그룹’ 체제로 가겠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포스코가 그룹 경영 체제를 강화하는 것은 외부의 경영환경 변화와 관련이 깊다. 내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 재무제표에 계열사의 실적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계열사의 역량을 강화하는 게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진다. 이와 관련해 정준양 회장은 “삼성은 여러 분야가 ‘짱짱’한데 우리는 포스코 본사와 포스코건설을 제외한 나머지가 그렇지 못하다”며 “앞으로 패밀리 회사가 고루 성장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계열사와의 동반 성장을 위해 인사 교류도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ICT 박한용 사장을 2월 인사 때 포스코 경영지원 담당 부사장으로 발령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와 다른 계열사의 관계는 수직적이었는데 이를 수평적인 구조로 바꿔 계열사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포스코에서는 본사 부장이 계열사 임원으로 발령이 나면 좌천된 것으로 받아들였고, 본사 임원이 계열사 사장으로 가면 퇴직하는 수순으로 인식했다. 다른 그룹에서는 한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나 임원이 다른 계열사로 옮기는 경우가 자주 있었지만 포스코에선 그런 경우가 거의 없었다. 포스코는 계열사 간 인사 교류를 확대하면 모(母)회사-자회사의 성격이 강한 포스코와 다른 계열사의 관계가 다른 그룹처럼 주력-비주력 계열사 관계로 변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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