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이젠 전자제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6일 03시 00분


전자제어장치 크게 늘어… 부품업체와 관계도 긴밀해져

자동차가 전자부품에 의존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차량 전자화’가 현재의 자동차 개발 방식이나 회사들 간의 관계까지 바꿔 놓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5일 ‘자동차 전자화와 차량용 전자부품 산업 동향’ 보고서에서 “자동차의 전자화는 더 빠른 속도로 전개될 것”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 시스템 신뢰성 확보가 최대 난관

이 같은 추세는 더 좋은 승차감이나 연료소비효율, 안전성을 얻기 위해서는 각종 전자제어장치(ECU)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ECU는 센서를 통해 차량 내·외부 상황을 파악해 주행 중 발생하는 다양한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하도록 제어해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에 들어 있는 ECU는 1980년대만 해도 차량 1대에 평균 8∼10개 정도였으나 2005년에는 37개가 될 정도로 비중이 늘어났다. 고급 차량일수록 이런 경향이 심해 2006년에 나온 4세대 렉서스 ‘LS460’는 100개가 넘는 ECU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처럼 전자화가 진행되면서 차량 고장에서도 전기·전자 관련 고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시스템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전자화의 핵심 문제로 부상한 것. 실제로 최근 도요타 차량의 급발진 의혹 문제에 대해서도 “전자화가 근본 원인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방한한 폴크스바겐그룹의 전기·전자부문 개발 총괄책임자 폴크마르 타네베르거 박사는 “자동차 기술과 정보기술(IT)의 융합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작동 오류에 대한 인식이 두 분야에서 몹시 다르다는 점”이라며 “IT와 달리 자동차에서는 어떤 오류도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똑같은 기능의 전자부품이라 해도 자동차용 부품은 일반 가전제품용보다 더 극한 상황의 온도와 진동을 견뎌야 하고 제품수명도 길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전자화가 개발 프로세스도 바꾼다

이 보고서는 “전자화로 인해 자동차 개발 현장에서 관련 기술자 부족과 품질 저하 등의 부담이 생긴다”고 밝혔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의 변정수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자동차 전자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관련 인력은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만도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서울대, 전자부품연구원(KETI) 등과 각각 전자기술 공동 개발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전자화 관련 인력도 충원 중이다.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회사에 전자화 관련 인력이 많지 않다 보니 개발자와 이를 테스트하는 사람이 같은 사례가 많고, 이것이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전자화로 차량 내부가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복잡해지고 부품들 간의 관계를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져 전반적인 개발 프로세스에도 변화가 올 것이라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자동차 회사의 차량 개발조직이 ‘시스템 통합’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자동차회사와 부품업체들이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등 회사들의 관계도 좀 더 긴밀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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