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남유럽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연합(EU), 디플레이션 우려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일본과 달리 한국 경제는 뚜렷한 확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올해 중 국내 실질 경제성장률은 5.5% 이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2009∼2010년 2년에 걸쳐 우리 경제가 6% 가까이 성장함을 의미한다. 2% 수준의 정책금리는 이런 경제에 맞지 않다.
몇 가지 반론은 있다. 그중 한두 개는 지금껏 정책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가 되기도 하다. 첫째, 글로벌 공조하에서 우리만의 정책금리 인상은 위험하다는 논리다. EU와 일본의 경제가 어렵고 미국 역시 경기 회복 속도가 완만하기 때문에 신흥 국가들이 통화를 절상하고 낮은 금리로 소비를 부양해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미국 등 선진국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금리 인상은 자금 이동을 초래해 큰 폭의 원화 절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저금리와 원화 절상 속도의 조절이라는 정책 조합을 선택해야 한다는 논리가 덧붙여진다.
둘째, 부동산 시장과 가계 부채를 감안할 때 금리 인상은 위험하다는 논리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가격도 내리고 거래도 부진하다. 반면 가계 대출은 이미 크게 늘어나 있다. 부동산 투자 수요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상태에서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시장 침체가 더 심해질 테니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가계 대출의 상당 부분이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연동 대출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가계의 소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공조의 기본 원칙은 공조하는 각 나라의 건전한 성장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어려운 국가 또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든 나라들이 힘써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국의 경제적 건전성마저 훼손해 가며 공조에 나서는 것은 본래의 취지에 어긋난다. 물가가 오르고 그것이 경제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공조 논리와 무관하게 우리에게 맞는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현재 물가는 어떤가? 올 3분기까지는 작년 동기대비 환율 하락 효과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도 낮을 것이다. 하지만 4분기부터는 우리 정부가 수출을 위해 환율 하락을 적극적으로 방어할 것이고 그렇다면 환율로 제어되던 물가상승률이 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부동산 문제는 작년의 상승이 과했던 것일 뿐 지금은 정상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가계부채 때문에 저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는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는 과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게다가 통화정책은 항상 시차가 있다. 눈앞에 위험이 닥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땐 정책을 써도 이미 늦는다는 얘기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이제부터는 정책금리 인상을 서서히 계획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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