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경비로 위장 송금… 하와이 고급콘도 매입”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5월 7일 03시 00분


역외탈세자 42명 적발
국세청 323억원 추징


대학교수 김모 씨는 수년 전 미국에서 교환교수로 있으면서 받은 급여 2억 원을 현지 은행에 예치했다가 신고 없이 유학 중인 딸에게 증여했다. 김 씨의 부인 치과의사 오모 씨는 유학경비라며 딸에게 2억 원을 더 보냈다. 오 씨는 자신의 돈 4억 원과 딸의 돈 4억 원으로 미국 하와이에 있는 고급 콘도를 샀고 이를 임대해 소득을 올렸지만 신고를 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최근 세무조사를 벌여 증여세와 종합소득세로 3억 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1월부터 해외 부동산을 편법으로 취득하거나 해외에서 얻은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역외탈세자 42명을 조사해 323억 원을 추징했다고 6일 밝혔다. 송광조 국세청 조사국장은 “미국 뉴욕 맨해튼, 하와이 와이키키 등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지역의 부동산을 편법으로 취득한 혐의가 있는 개인이나 기업을 중점적으로 조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유형별로는 자금을 불법으로 유출한 뒤 해외 부동산 등을 취득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26건이었다. 자산가 송모 씨는 10년 전 환치기를 통해 조성한 자금으로 미국 뉴욕 허드슨 강 인근에 고급 주택을 샀다. 사망 후 아들이 이를 상속받았으나 상속세를 내지 않았고, 아들은 이 주택을 미성년자인 자신의 아들에게 증여하면서 다시 증여세를 탈루했다. 국세청은 이들에게 8억 원을 추징했다.

해외에 숨긴 자산에서 발생한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도 16건 적발됐다. 박모 씨는 해외 증권투자로 번 돈을 해외 계좌에 예치하고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다가 적발돼 23억 원을 추징당했다.

국내 자금을 국외로 빼돌리고 수십억 원대의 해외 미술품을 사들여 자녀에게 증여한 사례도 있었다. 한 무역업자는 수출입 거래를 통째로 신고하지 않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중국 마카오에서 도박으로 탕진했다가 적발됐다.

송 국장은 “추가로 역외탈세 혐의가 높은 21건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며 “역외 탈세 행위를 끝까지 추적해 탈루 세금을 추징하겠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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