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재정위기로 전 세계의 주가, 환율, 금리가 요동을 쳤다. 미국 뉴욕 주식시장은 지난 한 주간 8%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하락률이다. 코스피도 외국인투자가의 공격적인 매도로 5.4% 하락했다. 외국인은 거래일 기준 4일간 2조2000억 원을 팔았다.
세계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재정위기의 전염 가능성 때문이다. 아시아 외환위기는 태국 밧화 폭락에서 출발해 아시아 전체로 확산되는 데 6개월이, 미국 금융위기는 베어스턴스 파산에서 리먼브러더스 파산까지 7개월이 각각 걸렸다. 또 하나는 위기가 후폭풍을 동반했다는 점이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러시아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에 직면했었고 미 금융위기 이후 남유럽이 재정위기에 빠졌다.
위기 전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로존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독일 의회와 유로존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이 각각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구제금융 방안이 최종 통과됐기 때문에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지는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다. 관건은 주변 국가로의 전염이다. 포르투갈로는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 그러나 스페인까지 전염되며 유럽 전체가 흔들린다는 주장에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야 하지만 확대 해석은 그릇된 의사결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스페인까지 몰리게 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다. 독일과 프랑스는 국가로 볼 때 유로존 내 최우선 안전지역이지만 자국 금융기관은 남유럽 위기의 최대 피해자가 된다. 정치적 이슈로 결단을 늦춘다면 역풍의 강도는 그만큼 커질 것이다.
둘째, 미국과 중국이 최악의 상황까지 지켜만 본다는 가정은 비현실적이다. 중국은 경제대국 위상에 걸맞은 책임을 부여받고 있고 이번이 좋은 기회이다. 남유럽 상황이 더 몰릴 때 국채매입 결정을 발표하면 효과가 극대화된다. 미국은 직접 개입을 꺼릴 것이지만 최악의 상황에선 IMF를 통해 간접적으로 압력을 행사할 것이다.
셋째, 뒷북만 쳤던 유럽중앙은행(ECB)이 해결사 역할을 할 것이다.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현실 감각이 떨어진다. 미국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비교할 때 더더욱 그렇다. 중요한 점은 디폴트 리스크가 확산되는 상황에선 FRB가 금융위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랬던 것처럼 ECB가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국채를 매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주 주식시장도 변동성이 커질 것이다. 남유럽 재정위기 악재가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며 불안한 투자자들이 현금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투자가도 일단 안전자산 선호에 무게를 두고 있어 매도전략을 유지할 것이다. 따라서 지지력 구축 여부가 관건이며 반등은 지지력 확보 후에 가능하다. 한 가지 위안은 이번 사태가 기초여건(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이며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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