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너지 전략이 ‘연료 먹는 하마’를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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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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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시멘트 삼척공장 르포


잿빛공장→그린 팩토리
시멘트 생산비 60%가 연료
유연탄 대신 폐기물 사용후
오염 막고 비용 절감 일석이조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폐열을 전기에너지로 전환
年 50억어치 전력 대체
“탄소배출 규제 두렵지 않아”


7일 강원 삼척시에 있는 동양시멘트 공장.

연간 1100만 t의 시멘트를 생산하는 국내 최대 시멘트 공장이다. 원통형으로 생긴 거대한 소성로(燒成爐)에 다가가자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소성로는 시멘트 공장의 핵심 설비로 시멘트의 주원료인 석회석에 부원료인 점토질과 철질(철성분이 들어간 광물질)이 섞이고 화학반응을 일으켜 시멘트의 전 단계인 ‘클링커’를 만드는 곳이다. 뜨거운 클링커는 다음 단계인 냉각실에서 석고와 섞이고 곱게 분쇄돼 시멘트가 된다.

소성로는 1년 내내 섭씨 1450도를 유지한다. 소성로 하단의 작은 문을 열자 소성로를 가득 채운 흰 불꽃이 보였다.

소성로 7개를 이렇게 고온 상태로 유지하려면 막대한 연료가 필요하다. 시멘트 제조원가의 절반 이상이 연료비로 나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시멘트 산업은 정유, 철강산업과 함께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업종으로 꼽힌다.

막대한 에너지를 쓰면 탄소 배출도 많아지기 때문에 그동안 시멘트 공장은 ‘회색빛 공장’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삼척 동양시멘트 공장엔 어느새 ‘에너지 절감’과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스며들고 있었다.

“나뭇조각, 버린 타이어, 플라스틱, 천 조각, 종이 등 탈 수 있는 모든 것을 소성로 연료로 쓰고 있습니다.”

진연우 동양시멘트 삼척공장 생산담당 팀장은 “폐기물을 원료로 써도 1450도의 고온 속에서 완전 연소돼 재 한 톨도 남지 않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소성로는 ‘도자기 가마’와 비슷하다. 거대한 석회석과 고령토 더미 속으로 유연탄과 폐기물 연료 가루가 분사되면서 불길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동양시멘트 삼척공장은 연간 연료비로 1500억 원을 지출한다. 연간 예산 2500억 원의 60%에 육박한다. 그런데 폐기물을 쓰면서 연료비가 크게 줄었다. 진 팀장은 “폐기물 연료의 열효율성은 유연탄의 절반 정도지만 연료비를 줄일 수 있다”며 “폐기물을 연료로 쓰면서 지난 10년 동안 총 124만 t의 유연탄(313억 원 상당)을 아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에너지 대체뿐만 아니라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도 방지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소성로 다음 단계인 냉각 공정에서 나오는 ‘뜨거운 공기’도 그냥 버리지 않았다. 소성로에서 나온 클링커의 열을 식히면서 뜨거운 공기가 발생하는데, 이 공기로 물을 끓이고, 여기서 나오는 스팀을 전기에너지로 전환하거나 공장 내 난방에 사용했다. 최경덕 삼척공장장은 “소성로 6, 7호기에 폐열발전설비가 설치돼 있다”며 “여기서 나오는 전력은 연간 13만 MWh로 전체 전력의 13%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연간 약 50억 원의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성로 1∼5호기에도 폐열발전설비를 설치할 계획이다.

6월에는 소성로 2호에 산소부화설비도 설치한다. 산소부화설비는 소성로 내 산소농도를 26∼33% 증가시켜 연료가 완전 연소되게 함으로써 효율을 극대화하는 설비다. 최 공장장은 “산소부화설비 설치는 동종 업계로선 세계 최초”라며 “효과가 좋으면 사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척 공장의 에너지 절감 전략은 동양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 전략의 핵심이기도 하다. 동양그룹은 ‘환경’과 ‘에너지’를 결합한 ‘에코너지(eco+energy)’ 전략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 여기에는 국내외 에너지 자원 개발도 포함된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최근 임원 워크숍에서 “시멘트는 에너지 소비 산업이지만 에너지 사용을 줄이면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으며 해외 에너지 자원 개발을 또 다른 성장축으로 삼아야 한다”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지난달 동양시멘트와 해외 에너지 자원개발 업체인 골든오일의 합병을 통해 해외에너지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도 에코너지 전략의 일환이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그룹이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하는 동안 제조업 부문은 수익성이 낮아 외면받아 왔다”며 “그러나 앞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중심축에 시멘트 등 제조업과 함께 에너지 자원 개발이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척=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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