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쇼퍼(shopper)는 '거울' 대신 '터치스크린' 앞에 선다. 신 개념의 '가상 옷입기(Virtual Fitting)' 서비스를 이용하면 소비자들은 직접 옷을 입거나 화장해보지 않아도 자신과 어울리는지를 터치스크린 영상으로 확인해보고 다른 제품과의 코디네이션까지 추천받을 수 있게 된다.
삼성SDS는 9일 "국내 의류, 유통회사들과 협의해 가상 옷입기 서비스를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라며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옷 입은 자기 모습을 확인하는 서비스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다"고 밝혔다.
기존에 나온 온라인 옷입기 서비스는 이미 찍어 놓은 사람 사진이나 아바타에 옷의 이미지를 입히는 합성사진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 서비스는 실제와 거의 흡사하게 자신의 영상에 옷을 입히고 동시에 다양한 관련 정보를 추가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소비자들은 번거롭게 피팅 룸에 여러 벌의 옷을 들고 들어가 바꿔 입거나 화장해보지 않아도 짧은 시간에 자기에게 어울리는 옷과 색조화장품을 고를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오프라인 매장에 먼저 도입된 뒤 온라인 매장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증강현실로 확 바뀌는 쇼핑 현장
소비자가 가상으로 옷 입은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증강현실 덕이다. 증강현실이란 실재에 가상의 디지털 콘텐츠를 접목하는 기술. 카메라로 사물을 촬영한 뒤 관련된 디지털 정보를 그래픽 형태로 덧씌워 만든다.
가상 옷입기의 경우 소비자가 원하는 옷에 달린 디지털 태그를 카메라에 비추면 그 옷이 영상에 뜬다. 소비자는 카메라 앞에 서서 영상에 나오는 자기 몸에 맞게 옷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가격, 상품명, 원산지, 어울리는 다른 의류나 색상 등 다른 정보도 함께 보여준다. 가상 옷입기 쇼핑에 앞서 기자는 최근 유통업체 올리브영 서울 안암점과 압구정점에서 가상 메이크업을 체험해봤다. 안암점 매장 한쪽 벽에 설치된 40인치 터치스크린 초기화면에서 '입술 화장' 메뉴를 터치하니 입술 관련 화장품 종류가 나타났다.
카메라를 바라보고 촬영하라는 메시지가 뜨자 화면 상단의 카메라를 바라보고 기자의 얼굴을 촬영했다. '가상 화장 시작' 버튼을 누르니 영상 속 기자의 입술에 핑크빛 립스틱이 칠해졌다. '어반 라인'이라는 버튼을 누르자 갑자기 다시 눈매에 진한 아이라이너가 그려지며 색다른 느낌을 연출했다. 해당 화장품 브랜드가 추천하는 화장 스타일이었다.
친구에게 화장이 어울리는지 묻고 싶다면 영상을 e메일 등으로 보낼 수도 있다. '매장 내 제품의 위치 지도'도 나와, 쉽게 제품을 찾는 것도 가능하다.
좀더 제대로 된 증강현실은 압구정점에서 접했다. 제품의 태그를 카메라 앞에 비추니 육면체 박스가 떴다. 각 면에는 브랜드명, 사용법, 가격 등 각종 정보가 표시됐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수입 제품은 한글판 제품설명서를 접하기 어려운데 이곳에선 쉽게 한국어 정보를 제공해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기업 간의 고급 채널
증강현실 쇼핑은 소비자들에게 흥미롭고 쉽게 제품을 소개한다. 올리브영은 설문조사결과 응답자의 86%가 스마트 디스플레이에 대해 호감도가 높고 사용해보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증강현실의 영토가 빠른 속도로 넓어지고 있다. 미국의 우편 서비스 '프라이어러티 메일'은 온라인 서비스에서 소비자가 가상으로 자기 물품을 우편 상자에 담아보도록 한다. 우편물에 적합한 크기의 상자를 쉽게 찾기 위한 서비스다. 패션잡지 에스콰이어 미국판 안에서 의류 광고에 찍힌 바코드를 웹카메라로 찍으면 갑자기 한 모델이 나와 잡지 안에 입은 옷을 입고 나타난다.
아직은 생소한 증강현실이 익숙해지려면 기술적으로 가야할 길도 많이 남았다. 정동영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 수석연구원은 "아직 프로그램이 바코드를 읽어야 상품을 인식하는 단계라 상품마다 일일이 바코드를 부착해야 한다"며 "바코드 없이 상품 자체를 인식하는 기술이 개발돼야 증강현실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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