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BRAND]석동빈 기자의 ‘Driven’/도요타 ‘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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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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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리콜파동에도 끄떡없는 판매 1위
오랜 벗 같은 ‘캠리의 힘’

《4월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판매 1위를 차지한 모델은 도요타자동차의 ‘캠리’다.
최근 도요타 리콜 파동으로 잠시 판매가 주춤하는 듯했지만 금방 재기를 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중형세단인 캠리의 저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한국 시장에서도 입증한 셈이다.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캠리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꼼꼼하게 시승을 해봤다.》


평범해 보이는 디자인… 오래타도 질리지 않는 친근함으로 부각
비교적 큰 덩치 - 배기량에 비하면 연비 높아 합리적


○ 지극히 보수적인, 그래서 믿음직스러운

캠리를 보면 수수하다. 특히 최근 현대자동차 신형 ‘쏘나타’나 기아자동차의 ‘K5’의 감각적인 디자인에 익숙해진 국내 소비자의 눈에 비친 캠리는 평범 그 자체다. 그런데 오히려 그것이 매력이다. 처음엔 신선감이 떨어지지만 오래 타도 디자인에 질리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실내로 들어가 보자. 외부 디자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능에 충실하고 기교를 부린 곳을 찾기 힘들다. 모니터 주변 패널에 은은한 백라이트가 들어오는 것을 제외하고는 특징이 없다. 한마디로 간결한 느낌이다. 톡톡 튀는 젊은 세대에겐 따분해보일 수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도어의 여닫힘이나 실내 버튼류의 작동감은 부드러우면서도 견고하다. 복잡해보이는 기능이나 화려한 디스플레이가 없는 대신 오래 써도 고장나지 않을 것 같은 단순함으로 무장했다고나 할까. 패밀리세단으로 7, 8년 정도를 소유하며 적절히 유지관리만 해준다면 별다른 고장없이 기대 수명까지 버텨줄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그렇지만 도요타의 품질 신화는 다소 부풀려진 측면도 없지는 않다. ‘도요타=품질’이라는 마케팅이 더해지면서 도요타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는 실제보다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도요타의 내구품질 지수는 여러 조사에서 자주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다른 브랜드보다 근소하게 높은 정도였고, 최근에는 2, 3위로 떨어질 때도 있었다. ‘평균적으로 도요타 차는 다른 브랜드 동급 모델보다 신경을 조금 덜 쓰이게 한다’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 편안한 주행성능은 패밀리카로 제격


시동키를 돌리면 잠시 엔진 소리가 들린 뒤 고요함이 찾아온다. 공회전으로 RPM을 높여봐도 역시 소음이나 진동이 별로 커지지 않는다. 조용한 차라는 직감이 온다. 일반 도로주행에서 2500RPM 정도로 다니면 미세한 엔진소리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4기통 엔진이지만 6기통 엔진 같은 정숙성과 부드러움을 갖추고 있다. 속도를 높이면 시속 120km 정도까지는 바람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타이어 소음은 일반 중형차 평균 수준보다 약간 적은 정도여서 그다지 인상적이진 않았다.

승차감은 한마디로 편안하다. 요철이 많은 도로를 지날 때 차체를 찌르는 듯한 강한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다. 약간 출렁이며 부드럽게 거친 길을 타고 넘는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두 번 정도 출렁이며 약간의 시간을 두고 충격을 분산시켜 자세를 잡는다. 그렇다고 마냥 출렁이지도 않아 탑승자의 입장에선 쾌적한 기분이 든다. 이처럼 부드러운 승차감은 제한 속도를 지키며 평범하게 운전하는 운전자들에겐 큰 호응을 얻을 듯하다. S자 커브가 연속되는 국도를 조금 빠르게 달려보면 약한 언더스티어 현상을 보이긴 하지만 물렁한 승차감에 비해서는 생각보다 괜찮은 핸들링을 보여 준다. 다만 시속 140km 이상 올리며 스포티한 운전을 할 때는 차의 흔들림이 커지면 재빠른 반응이 나오지 않아 불만이 생길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편안함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중장년층에게 어울리는 세팅으로 보인다.

○ 합리적인 운동 성능

캠리의 4기통 2.5L 엔진은 175마력을 낸다. 배기량 대비 평범한 출력 수치다. 그러나 ‘지능형 듀얼 가변밸브타이밍(Dual VVT-i)’이 들어가 흡배기 캠축을 드라이빙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하기 때문에 최대 토크가 비교적 낮은 RPM부터 나온다. 그래서 출력에 비해서는 추월가속 때 힘이 모자라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6단 자동변속기와의 궁합도 잘 맞아떨어져 전반적으로 답답하지 않게 움직일 수 있다.

차의 덩치가 제법 크고 출력이나 배기량을 감안하면 12km/L의 공인 연료소비효율(연비)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실제로 서울 시내와 고속화도로를 반반 정도 섞어서 달리면 L당 10km 안팎의 연비가 나온다. 체증구간이 많은 서울 시내만 주행하면 L당 8km 수준이었다. 정밀 측정장비로 직접 측정해본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가속시간은 9초 정도.

○ 캠리는 농익은 숙성도를 자랑

일주일간 캠리의 시승을 마치고 차에서 내릴 때 머릿속에 각인된 이미지는 ‘안정성’이다. 어느 한 곳 특출한 곳이 보이진 않지만 딱히 꼬집을 빈틈이 없다. 파워풀하진 않지만 차분한 엔진, 안정적인 변속기, 물렁대기는 하지만 잡소리 없이 깔끔하게 작동하는 서스펜션은 인상적이다. 차의 품질이 농익었다고 표현하면 될까.

사실 최근에는 거의 모든 자동차회사의 자동차 품질과 내구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돼 특별히 문제가 있는 브랜드는 사라졌다. 그런 가운데서도 캠리가 높이 평가받고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서 캠리를 정비용 리프트에 올려놓고 조립 품질이나 부품의 품질을 면밀히 살펴봤다.

자동차의 외부를 형성하고 있는 각 패널의 단차는 국산차와 거의 비슷했다. 조립품질은 국산차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내구성과도 직결되는 각종 부싱(부품)의 재질은 부드러우면서도 견고했으며, 동급의 국산차보다 약간씩 컸다. 오래 써도 부싱이 갈라지거나 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모양이다.

전조등의 전구는 독일산 오스람이 들어가 있고, 브레이크 캘리퍼의 표면 마감도 비교적 정교하다. 후륜 브레이크 캘리퍼는 주철보다 고급 재질인 알루미늄으로 돼 있다. 휠과 브레이크 서스펜션 등 노면에 따라 움직이는 부위에 알루미늄처럼 가벼운 소재가 많이 쓰일수록 승차감과 차의 주행안정성이 높아진다. 후륜 흙받이에는 돌이 튀는 소리를 줄이려고 섬유조직이 코팅돼 있는 점도 눈에 띄었다.

전체적으로 캠리는 평균 품질 이상으로 높이려는 도요타의 노력이 보였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무성의한 마무리가 포착되기도 했다. 방음 방청을 위해 차의 하부 곳곳에 발라놓은 실리콘은 빠르게 돌아가는 조립라인 때문에 작업자들이 서둘러 처리했다는 인상을 줬다. 시승차만의 문제인지는 모르지만 머플러 파이프의 용접부분도 거칠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캠리의 성능과 품질은 구입하는 소비자의 90%는 만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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