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BRAND]현장에서/GM이 한국 떠나지않게 하려면…

  • Array
  • 입력 2010년 5월 13일 03시 00분


“우리 회사에 대한 불신은 부당합니다. 판매 부수를 높이려 감정에 호소하는 기사가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기사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중국 베이징 모터쇼에서 만난 마이크 아카몬 GM대우자동차 사장의 목소리에는 얼마간 노기(怒氣)가 담겨 있었습니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GM대우차가 한국을 떠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한국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니 화도 날 법 합니다.

▶본보 4월 26일자 A33면 참조
“르노삼성보다 투자많은데 왜 GM대우만 때리나”

아무리 GM대우차가 “절대 한국을 떠나지 않는다”며 펄펄 뛰어도 많은 사람들이 ‘GM대우차 철수설’을 머리에서 떨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쌍용자동차를 버리고 떠난 상하이자동차의 선례나 자금지원을 둘러싸고 산업은행과 벌인 논란, 본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지금까지 보인 미덥지 못한 태도 등 여러 가지가 있을 테죠.

더 밑바닥에는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조만간 중국·인도에 추월당하고 말 것’이라는 ‘공포증’이 있지 않나 합니다. 인건비 경쟁력이 있는 중국과 인도의 GM 자회사들이 치고 올라오면 GM대우차의 물량이 중국 등으로 빠져나가게 되고 GM대우차는 서서히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죠.

그런데 그런 일이 얼마나 빨리 일어날 수 있을까요? 한국과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 격차는 과연 얼마나 되는 걸까요? 저 역시 답은 모릅니다. 그러나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중국에 추월당해 GM이 GM대우차를 버리는 때를 생각해 본다면, 그건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닐 듯 합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의 대기업 대다수의 기반이 제조업인 만큼 ‘대한민국 호’ 전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인 겁니다.

한편 아무리 “한국을 떠나지 말라”고 호소하고 을러댄들 민간 기업인 GM이 가장 우선적으로 따지는 것은 결국 ‘이익’이라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산업은행은 자금지원을 지렛대 삼아 GM에 기술소유권 이전과 물량 보장 등을 요구했지만 이 요구는 받아들여지지도 않았고, 글로벌 기업인 GM의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비판만 들었습니다.

제가 볼 때 가장 현실적인 답안은 ‘한국을 계속해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것’입니다. GM은 지금 한국에 자회사를 두는 것이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고임금과 강성 노조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여전히 한국의 ‘노동 품질’은 상당히 뛰어나고 부품업체의 경쟁력도 중국·인도보다는 한 수 위니까요. 그런 경쟁력을 잘 가꾸고 계속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GM은 한국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