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100개 단지 가격 분석 많이 올랐던 곳이 많이 내려 구반포주공-개포주공-둔촌주공 등 7000만∼1억4500만원 떨어져 일부 지역-단지 집중 하락 “서울 강남-경기 과천 용인 고양…과도하게 부푼 거품 꺼지는 과정”
반등 시기는 언제쯤 “상반기에는 가격회복 쉽지 않아” 소폭의 오르내림 반복할 듯
최근 서울의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2월 말∼3월 초부터다. 부동산정보업체들이 내놓은 가격지수를 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이때부터 지난주까지 10∼11주 연속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런 장기 하락세는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부동산정보업체의 가격 통계는 매도호가를 기준으로 한다. 이 지수가 하락한다는 것은 집주인이 거래를 성사시키려고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내는 호가를 계속 낮추고 있다는 뜻이다. 동아일보는 스피드뱅크에 의뢰해 올 3월 1일 이후 지난 주말까지 이 매도호가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100개 주요 아파트 단지별로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분석했다.
요즘 집값 하락세를 주도하는 것은 단연 재건축단지다. 가격 하락의 이유는 기본적으로 주택시장이 침체된 탓이 크지만 단지별로 지지부진한 사업 추진, 그동안 너무 많이 올랐다는 버블 우려 등 여러 가지가 복합돼 있다. 서초구 구반포 주공아파트(공급면적 73m²)는 3월 초만 해도 12억7000만∼13억5000만 원에 매물이 나왔지만 지금은 호가가 평균 1억4500만 원이나 떨어졌다.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56m²)는 1억1500만 원 내렸고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112m²·―1억1000만 원),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102m²·―4500만 원) 등도 많이 하락했다. 최근 무상지분 문제로 시끄러운 강동구 고덕 주공2단지(53m²)도 5000만 원 넘게 호가가 내렸다.
고가(高價) 아파트일수록 하락폭이 컸다. 비싼 아파트는 대체로 서울 강남권에 있으면서 재건축사업 대상인 경우가 많다. 최고 10억 원까지 했던 둔촌 주공4단지(112m²)는 이 기간에 7000만 원이나 떨어졌다. 경기 과천 래미안슈르(109m²)는 호가가 최고 9억 원이던 것이 요즘엔 7억8000만 원대에도 매물이 나와 있다.
‘버블세븐’ 중 하나로 강남에 이어 고가주택 비중이 높은 목동의 아파트들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2단지(182m²)는 호가가 3500만 원가량 떨어졌다.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이 많은 지역도 수급 균형이 깨지면서 가격이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올해 9∼12단지(약 6800채)가 입주 예정인 마포구 상암월드컵파크5단지(109m²)는 6500만 원 하락했다. 역시 올해 약 3000채가 인근에 들어서는 성북 길음뉴타운4단지도 3월 초에 비해 호가가 약 2500만 원 내렸다.
물론 이런 가운데 가격이 오른 곳도 있다.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86m²)는 새 아파트란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3월 초보다 오히려 호가가 3000만 원 올랐다. 영등포구 여의도의 일부 아파트도 최근 이곳을 국제금융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지방자치단체 계획이 나오면서 소폭 올랐다. 경기지역은 전반적으로 가격이 내린 가운데 재건축 용적률이 낮아진 과천시와 신규 입주가 많은 용인시 고양시 등을 중심으로 크게 떨어졌다.
이처럼 요즘 집값 하락의 특징은 일부 지역이나 단지가 집중적으로 떨어지면서 시장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의 주택가격조사 결과 4월 서울 집값은 0.1% 하락했지만 다른 광역시나 지방은 오히려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수도권, 지방 가릴 것 없이 거의 모든 집값이 떨어졌던 금융위기(2008년 10월∼2009년 3월) 당시와는 다소 다른 국면이다. 스피드뱅크 조민이 리서치팀장은 “요즘은 기존에 투자수요가 몰리던 재건축과 중대형 평형, 10억 원 이상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락폭이 크다”고 말했다.
이들 일부 단지의 시세가 급락하는 원인으로는 정부와 민간이 일치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문제가 되는 재건축, 강남권, 고가 아파트 등은 지난해 과도하게 집값이 올랐던 곳으로 지금은 그때의 버블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국토해양부 한만희 주택토지실장은 “작년에 부동산이 실물경기에 비해 빨리 회복된 면이 있다”며 “요즘 집값이 떨어지는 곳은 대체로 투자 수요가 많았던 곳이기 때문에 하락세가 실수요 위주의 일반 아파트까지 전염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과도하게 집값이 오른 곳은 아직도 거품이 해소되는 과정을 좀 더 거쳐야 한다”며 “집값 회복은 상반기에는 쉽지 않고 이 상태에서 소폭의 등락을 반복하는 지지부진한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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