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볼보 노하우 통째 인수… “첨단기술 따라잡기 시간문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3일 03시 00분


■ 지리車에 팔리는 볼보車 스웨덴 본사 - 베이징 모터쇼 가보니

“한국차 넘어라” 중국車 급가속

《중국의 전기자동차회사 비야디(BYD)는 중국 자동차회사 중 처음으로 지난달 미국법인을 만들었다. BYD는 내년부터 미국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중국 지리자동차는 3월 말 세계적인 프리미엄 브랜드 스웨덴 볼보자동차와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의 자동차회사들이 글로벌시장에서 한국의 지위를 넘보기 시작했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한 중국 자동차기업들은 1, 2년 안에 미국과 유럽에 수출을 시작해 한국 소형차와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스웨덴 예테보리에 있는 볼보 본사와 지난달 열린 중국 베이징모터쇼 현장에서 중국 자동차가 약진하는 모습을 취재했다.

“시점을 말할 수는 없지만 그다지 머지않은 미래에 (볼보자동차의 기술력에 힘입은) 중국 지리자동차는 한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봅니다.” 5일 스웨덴 예테보리 볼보 본사에서 만난 렉스 케서마커스 해외사업담당 사장의 말이다. 리수푸(李書福) 지리차 회장은 2005년 “5∼8년이면 한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의 말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지난달 열린 베이징 모터쇼에서도 “자동차 선진국과는 10년 정도 기술격차가 있는데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볼보 인수하는 지리車
年産 40만대 첨단 공장서
1, 2년 뒤엔 중국차 쏟아져

베이징 모터쇼서 본 경쟁력
한국과 기술격차 3, 4년
中정부 주도 수출 드라이브


중국 자동차회사들이 일본 영국 스웨덴 등 선진국의 자동차회사, 변속기회사, 금형회사를 잇달아 인수하며 부족했던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의 전기자동차회사 비야디(BYD)는 중국 자동차회사 중에서 처음으로 지난달 미국 법인을 만들었고, 내년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수출할 계획이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갈 길이 더욱 바빠졌다.

○볼보의 선진 기술이 중국으로

볼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충돌실험센터 개관 10주년을 맞아 세계 각국 기자 100여 명을 자국으로 불러들여 생산시설과 충돌실험센터를 공개했다. 연간 40만여 대를 생산하는 볼보의 공장에는 최신 자동화시설이 갖춰져 있다. 특히 한 라인에서 여러 종류의 차를 만드는 혼류생산은 이미 일반화돼 있었다.

볼보 노동조합은 처음에는 회사를 중국에 파는 데 반대했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결단을 내리고 인수협상에 동의했다고 한다. 지리차와 볼보는 3분기(7∼9월)에 인수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케서마커스 사장은 “중국에 인수되는 것에 두려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큰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다”라며 “지리차는 기술력을 높여 세계시장을 노크할 수 있고 볼보는 중국에서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이는 윈윈(win-win)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볼보 관계자들은 충돌실험센터를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건물의 일부가 움직이며 다양한 충돌실험이 가능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볼보는 10년간 이 센터에서 3000건의 실험을 하며 자동차의 충돌 안전성을 아주 높였다. 볼보는 과거 계열사였던 포드와 링컨, 애스턴마틴 등의 자동차 충돌실험도 했지만 앞으로는 지리차의 충돌테스트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차는 디자인과 성능에서는 어느 정도 한국차를 따라왔지만 각종 충돌테스트에서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 2년 뒤에는 볼보의 첨단시설에서 안전하게 설계된 중국차가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볼보는 전기자동차, 친환경 디젤엔진, E85 에탄올엔진, 충돌회피시스템 등 다양한 선진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이 기술들이 고스란히 지리차로 가게 됐다.

○중국 자동차의 ‘괄목상대’

지난달 열린 베이징 모터쇼에서 비야디, 지리차, 체리자동차, 상하이자동차 등 30여 개 주요 중국 자동차회사는 다양한 모델을 내놓으며 해외 브랜드들 앞에서 기세를 뽐냈다. 이번 모터쇼에 나온 신차 89종 중 70여 종이 중국 토종업체가 선보인 것이었다. 이 독자 브랜드들은 경차부터 대형차까지 풀 라인업을 갖췄다는 점과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전략 차종을 주요 홍보 포인트로 삼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자동차회사가 고급화를 향한 중대한 도약을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서 중국 독자 브랜드의 약진을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지리차는 ‘테크놀로지 지리’라는 구호 아래 콘셉트카만 20여 종을 전시했다. 비야디는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인 ‘F3’와 함께 처음으로 만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S6’를 공개했다. 이 SUV는 일단 내외부 디자인과 조립품질에서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2, 3년 전의 허술하던 중국차가 아니었다.

대형 세단에서는 아직 기술력이 프리미엄 브랜드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도 눈에 띄었으나 중소형 부문에서 상하이자동차의 ‘로위 350’ 등 전략 모델들은 경쟁력이 충분해 보였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중국 독자 브랜드 모델의 평균 기술력은 한국의 1990년대 초반 수준이지만 중소형차 중에서 앞서가는 모델은 한국보다 3, 4년밖에 뒤지지 않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중국 정부도 자국 브랜드의 낮은 품질을 개선하고 기술력을 키우기 위해 판매나 해외 선진업체 인수합병(M&A) 등에 자금 지원을 할 계획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15년까지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자국 브랜드의 점유율을 50%로 높이고, 수출은 매출액의 20% 수준으로 향상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 자동차회사가 곧 해외시장에서 중국과의 피나는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의미다.

친환경차 개발 지원에 대해서는 “중국 자동차회사들이 내연기관 시대를 건너뛰고 다가오는 전기자동차 시대에 주도권을 잡으려는 이른바 ‘도약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서 대부분의 중국업체는 독자적인 전기차 모델을 선보였다.

이번 모터쇼를 참관한 김호성 CT&T 기획실장은 “중국의 전기자동차들이 생각보다 완성도가 높다”며 “별도로 전시한 배터리 패키지 컨트롤러나 수랭식 모터 등 부품도 수준급이었다”고 평가했다.

예테보리(스웨덴)=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베이징(중국)=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韓 “고급화-디자인 업그레이드로 中추격 뿌리친다”▼

■ 국내업계 대응은
해외서 품질 호평 이어져
현대, 럭셔리카 시장 노크
하반기엔 에쿠스 美 진출


중국 지리자동차에 인수될 예정인 볼보 자동차는 6일 세계 각국의 기자 100여 명을 스웨덴 예테보리 볼보 본사로 초청해 공장과 세계 최고 수준의 충돌실험센터를 공개했다. 볼보 중형세단 ‘S60’을 이용해 충돌실험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중국 지리자동차에 인수될 예정인 볼보 자동차는 6일 세계 각국의 기자 100여 명을 스웨덴 예테보리 볼보 본사로 초청해 공장과 세계 최고 수준의 충돌실험센터를 공개했다. 볼보 중형세단 ‘S60’을 이용해 충돌실험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회사들이 급성장함에 따라 한국자동차 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대표격인 현대자동차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고급화와 함께 품질과 디자인을 차별해 바짝 따라오는 중국의 위협을 물리치고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특히 고부가가치의 고급차 판매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올리면서 차의 가치에 합당한 가격을 받아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우선 2002년부터 시작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품질경영’으로 자동차의 기본적인 품질은 상당히 올라갔다는 평가다. 2004년 출시된 NF쏘나타부터 각 기관의 품질평가가 높아지기 시작해 과거 자동차업계 평균 이하였던 평점이 지금은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미국의 시장조사회사인 JD파워가 2009년 내놓은 신차품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평가 대상 37개 자동차 브랜드 중 4위를 차지했다. 럭셔리 자동차를 제외한 일반 브랜드 순위에서는 2위 혼다, 3위 도요타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그러나 문제는 해외 소비자들이 느끼는 브랜드의 가치다. 한국 차의 품질이 올랐다고 바로 ‘사고 싶은 차’로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품질이 높아졌다고 가격을 올리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현대차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고 고급 차종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첨단시설이 도입된 볼보 공장 조립라인에서 근로자들과 로봇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볼보자동차
첨단시설이 도입된 볼보 공장 조립라인에서 근로자들과 로봇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볼보자동차
현대차는 2008년 럭셔리카로 개발한 ‘제네시스’를 미국에 수출했다. 상위모델은 4만 달러를 넘는다. 미국에서는 4만 달러 이상부터 고급차로 인식되는데 한국산 자동차 중 이 가격대로 미국에서 판매된 것은 ‘제네시스’가 처음이었다.

이어 올해 하반기(7∼12월)에는 판매가격이 5만5000∼6만 달러로 예상되는 ‘에쿠스’를 미국에 수출할 예정이다. 6만 달러 이상은 대형 럭셔리카로 분류되는 시장으로 독일 폴크스바겐도 이 가격대에 대형 세단 ‘페이톤’을 내놨다가 실패했을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아 현대차는 모험을 하는 셈이다.

제네시스와 에쿠스의 판매가 성공적이진 않더라도 고급 브랜드의 이미지를 확산해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등 다른 차종의 판매가 늘어나고, 판매가격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현대차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 언론들은 “현대차가 브랜드 위상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파격적인 디자인을 도입해 싸고 밋밋한 차라는 인식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 같은 일련의 작업을 통해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에서 벗어난다는 계획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