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세단의 목표는 무엇일까. 얼마나 가솔린 세단과 비슷해지느냐이다. 우리는 이미 디젤 승용차가 연료소비효율(연비)이 높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소음과 진동이 크다는 선입견 때문에, 아니 사실 일부 차종은 실제로 크기 때문에 꺼려한다. 게다가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반응이 굼뜬 데다 엔진의 회전질감이 거칠고, 같은 배기량의 가솔린 엔진보다 무거워 차의 밸런스가 앞쪽으로 더 쏠리는 탓에 핸들링 감이 약간 떨어진다고 호소하는 예민한 운전자들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뉴 E220 CDI 블루이피션시(사진)’는 보기 좋게 한 방을 날린다. 이 차에는 4기통 2.2L 디젤엔진이 들어가 있다. 6기통 디젤엔진은 소음과 진동이 많이 줄었지만 4기통은 아직 시끄러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공회전 때나 저속운행 구간에선 4기통 디젤엔진은 ‘달달달’ 하는 특유의 소리를 숨기지 못한다.
그런데 E220은 좀 달랐다. 처음 시동을 걸었을 때부터 정숙하다. 같은 모델에 들어간 6기통 엔진만큼은 아니지만 옆자리에 앉은 동승자들이 말해주지 않으면 디젤 모델이라고 알아채지 못할 정도는 된다. 가속을 해봐도 기존 4기통 디젤엔진보다 확실히 조용하다. 급가속을 할 때를 제외하면 엔진음의 존재에 대해 거의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동력 성능은 어떨까. 덩치에 비해 170마력이 약간 부족해 보일 수도 있지만 4L 가솔린엔진과 맞먹는 40.8kg·m의 최대 토크 덕분에 가속감이 더디진 않다. 2.0L 일반 중형차보다 약간 빠른 정도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가속시간은 9.1초(제원상 8.0초)로 측정됐다. 시속 100km 이내에서 순간순간 가속은 좋지만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마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속도의 상승이 더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핸들링은 최근에 타본 3.5L 6기통 엔진 모델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좌우로 급하게 이어지는 커브길에서 운전대를 돌릴 때 차의 앞머리가 움직이는 속도가 가솔린 모델과 구분이 되지 않았다. 길게 이어지는 커브길에서 타이어 미끄러지는 소리를 내며 빠르게 돌아나가는 상황에서도 벤츠 특유의 안정감은 그대로 유지됐다.
연비는 제원상 L당 15km인데, 체증이 있는 서울 시내구간만 다닐 때는 L당 8∼9km, 소통이 비교적 원활한 시내구간에선 10∼11km, 고속화도로를 30% 정도 다니면 12km로 높아졌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 안팎으로 정속주행하면 L당 16∼17km가 나왔다. 가격은 665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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