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다이어트 벌써 3년째죠…
미드 ‘24’ 보다 펑펑 울었어요…
금정산성 막걸리 즐겨 마셔요…
세상 움직이는 힘? 사랑입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백화점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왕성한 트위터 활동을 하는 정 부회장은 자신의 팔로어들과도 격의 없는 소통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신세계
고백하자면 기자는 단 한 사람의 사생활이 궁금해 트위터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렇게 글을 시작하면 혹자는 내게 “당신, 스토커 아닌가요”라고 눈살을 찌푸리며 물을 수도 있겠다. 맹세컨대 그렇지는 않다. 그는 대개의 다른 젊은 오너 최고경영자(CEO)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으니까. 신비주의를 벗어던지고 담백하게 세상과 만나고 있으니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42). 그의 트위터(twitter.com/yjchung68)에는 15일 현재 1만2000여 명의 팔로어가 그가 시시각각 전하는 140자 문자와 사진을 받아보고 있다. 정 부회장의 트위터를 줄곧 관찰해 온 바에 따르면 그는 팔로어들의 질문에 꽤 성실한 태도로 답변을 한다. ‘민주적이고 공개된 소통’의 장(場)인 트위터에선 누구나 그의 사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고 그에게 질문할 수 있다. 기자는 얼마 전 그에게 “사랑이란 감정은 도대체 뭘까요”라고 트위터상에서 공개적으로 물은 적이 있다. 그때 그는 “사람이 사는 원동력이 아닐까요?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센스 넘치는 답을 남겼다.
부지런한 트위터 활동은 그가 의도했건 아니건 국내에 ‘트위터 저널리즘’의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기자라는 신분으로 그와 몇 차례 마주앉아 이야기할 땐 사생활에 대한 ‘한가로운’ 질문을 할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그는 이제 친절하게도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속속 드러내고 있다. 정 부회장이 자신의 팔로어들과 나눈 여러 대화를 인터뷰로 재구성해 봤다. 그의 솔직한 체취가 배어 있다는 생각이다.
○ 체중 관리
Q: 요즘 체중 관리를 시작하셨다면서요.
A: 네. 고구마 다이어트를 3년째 하고 있는데 지난달 29일부터 본격적으로 몸 만들기에 들어갔습니다. 계란을 8분 40초 동안 5개 삶아서 한 개는 다 먹고 나머지 네 개는 흰자만 먹습니다. 그래도 배고프면 고구마 하나를 더 먹어요.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좋은 방법이죠. 9일 아침엔 오트밀 100g에 물과 유기농 요구르트를 100mL씩 섞어 먹고 오렌지 반쪽과 단백질 파우더 20g, 계란 흰자 5개를 먹었습니다. 11일 점심엔 닭 가슴살 한 조각과 고구마 한 개만 먹었는데 슬슬 인내심의 한계가 드러나네요. 가끔 닭을 쳐다보고 싶지도 않을 땐 믹서에 바나나와 같이 갈아서 코 막고 마셔버립니다. 이럴 땐 서글프기도 합니다.
○ ‘미드’(미국 드라마)
Q: 미드를 즐겨 보시는 것 같습니다.
A: 미드 ‘24’ 시즌8 20편을 며칠 전 작심하고 다 봤습니다. 충격적인 결말이었죠. 주인공 잭 바우어를 보다가 울었습니다. 곧 ‘로스트’와 ‘스파르타쿠스’도 몰아서 시청하려 합니다.
○ 패션
Q: 어떤 패션을 추구하나요.
A: 일본 패션잡지 ‘레옹’을 즐겨 봅니다. ‘잘나가는 아저씨’란 뜻의 일본어 은어인 ‘모테루오야지(モテるオヤジ)’ 룩을 따라하고 싶어요. 어느 분이 여쭤보시던데, 전담 코디네이터는 따로 없습니다. 주로 잡지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보며 참고합니다.(그가 트위터에 올린 잡지 사진은 푸른색 남방과 카디건에 스리버튼 감색 블레이저와 회색 바지 차림이었다. 최근 그와 마주쳤을 때의 차림과 상당히 흡사했다.)
○ 와인
Q: 와인에 조예가 깊다고 들었습니다.
A: 1962년 빈티지의 프랑스 부르고뉴 ‘르루아’를 소장하고 있습니다. 가격 대비로는 부르고뉴의 도멘 세실 트랑블레 와인을 좋아합니다. 요즘엔 와인뿐 아니라 부산의 금정산성 막걸리와 경기 광주의 참살이 막걸리도 즐겨 마십니다.
○ 문화생활
Q: 여가시간의 문화생활은….
A: 이번 어린이날엔 인천 강화초등학교 학생들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체험여행을 하면서 아이들과 금동대향로를 만들어봤습니다. 박물관은 어른이 즐기기에도 참 좋은 곳입니다. 신세계백화점 문화홀도 더욱 고객들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겠습니다.
Q: 클래식 음악도 즐기시죠.
A: 피아노를 가끔 칩니다. 최근 들른 일본 하네다 국제공항에서 모차르트 플루트 협주곡 1번 G메이저 3악장이 흘러나왔습니다. 오랜만에 갠 날씨와 어울리는 음악이었습니다. 솔직히 제게는 라벨과 드뷔시는 즐기기 힘듭니다. 차라리 이전 바로크 작곡가들의 음악이 듣기 편합니다. 최근엔 20대 피아니스트 손열음 씨의 공연을 봤는데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공연이었습니다. 미스 손, 브라바^^∼.
○ 예비 사회인들에게
Q: 신입사원 면접에선 어떤 점을 보시나요.
A: 몇 가지 팁을 드리겠습니다. 마음 편히 갖고 본인이 생각하는 그대로 표현하면 됩니다. 시선을 일정한 곳에 두고 곁눈질하지 마세요. 튀는 행동도 안 하시면 좋겠습니다.
○ 신세계 경영
Q: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를 어떻게 만들 겁니까.
A: 최근 일본에 가서 도심형과 교외형 쇼핑센터 몇 곳을 둘러봤습니다. 선구안이 있는 롯데슈퍼로부터도 배울 점이 많습니다. 고객이 주인이 되도록 유통회사와 제조회사의 파트너십을 키우겠습니다. 5월 중 이마트에 근거리 무선통신기술인 와이파이(Wi-Fi)도 구축할 겁니다. 기업의 주가는 결국 실적과 비전으로 평가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1968년 서울 출생 ―1987년 경복고 졸업 ―1994년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 졸업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 ―2000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사장 ―2006
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회장 ―2009년 12월∼ 신세계 총괄대표 이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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