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WINE]남아공 골퍼들이 와이너리 소유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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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5일 03시 00분


10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팀 클라크가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 소식을 접하고 다른 남아공 출신 골프선수처럼 클라크도 와인과 인연을 맺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 부리나케 인터넷 검색을 했다.

골프계의 ‘살아있는 전설’ 게리 플레이어, ‘스윙의 교과서’ 어니 엘스, ‘아이스 맨’ 레티프 구센 등 남아공 출신 세계적 골퍼의 공통점은 자기 나라에서 와인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PGA 투어에서 통산 10승을 거둔 데이비드 프로스트도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와인을 생산해 왔다.

남아공 출신 골퍼들이 만드는 와인은 오늘날 남아공 와인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흥미롭다. 와인업계에서 남아공은 포도 품종 피노타주로 먼저 기억돼 왔다. 다른 나라에선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남아공만의 품종으로 자리 잡은 이 품종의 인기는 갈수록 하락세다. 이에 앞서 언급한 남아공 골퍼 중에서도 게리 플레이어만이 피노타주로 와인을 만든다. 그나마 메를로가 주축인 와인에 소량을 블렌딩할 뿐이다. 레드 와인용 품종으로는 남아공에서도 카베르네 소비뇽을 가장 많이 쓴다. 뒤를 이어 시라즈, 메를로가 많이 생산되는데 특히 남아공 시라즈의 품질은 예사롭지 않다.

남아공은 아직 화이트 와인 생산량이 레드보다 많다. 슈냉 블랑 하면 아직은 프랑스 루아르 지방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세계에서 이 품종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곳은 다름 아닌 남아공이다. 남아공은 리슬링 생산량도 독일, 프랑스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남아공의 레드 와인 생산량은 급속히 늘고 있다. 골퍼들이 만드는 와인도 레드 일색이다. 카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등을 섞은 보르도 스타일 와인의 인기는 남아공도 비껴가지 않았다.

남아공의 여러 와인 산지 가운데서도 꼭 기억해 두어야 할 곳은 스텔렌보스와 파를이다. 생산량도 월등히 많지만 두 지역에 주요 와인 생산업자가 집중적으로 몰려 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와 엘스의 와인도 이 지역에서 나온다. 조부와 부친의 포도밭에서 포도 따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받은 돈으로 생애 첫 골프클럽을 장만했다는 프로스트는 1994년 자신의 와이너리를 파를에 구축했다. 구센의 와이너리는 와인 생산지로는 그다지 명성이 높지 않은 랑클루프에 있다. 그는 이곳에서 프랑스 소비뇽 블랑과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중간 정도 맛을 낸다는 평을 받으며 신장세를 거듭하는 소비뇽 블랑 생산에 동참하고 있다. 물론 카베르네 소비뇽과 시라즈도 만든다.

서두에 꺼낸 화두의 답을 말하자면 팀 클라크와 관련된 와인은 찾지 못했다. 필자에게는 그가 이번에 우승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제5의 메이저’로 불린다는 점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훗날 남아공 출신 골퍼 중 다섯 번째 와이너리의 주인이 팀 클라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김혜주 와인칼럼니스트
●이번 주의 와인
뱅 드 콩스탕스 클레인 콘스탄시아
300년을 훌쩍 넘긴 남아공 와인의 역사를 말해주는 스위트 와인이다. 19세기 나폴레옹을 비롯해 비스마르크, 찰스 디킨스 등 유럽의 예술가와 문인, 그리고 각국 왕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찌그러져 보이는 병 모양은 입으로 불어 만들어 형태가 고르지 않던 당시 유리병 모양을 재현한 것이다. 뮈스카 드 프롱티냥 100%로 만든다. 용량은 500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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