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달러가치 올라도 내려도, 金값 오르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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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5일 03시 00분



최근 금값이 온스당 1240달러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남유럽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면서 금 가격이 다시 치솟고 있는 것이다.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안전자산인 금 가격을 끌어 올리고 있는 것은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하지만 최근 금 가격 상승이 단순히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때문인지, 다른 배경이 있는지는 잘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금과 달러의 가치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금은 강세를 보이고 달러가 강세를 띠면 금 가치는 떨어지는 식이었다. 달러 가치가 떨어져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 안전한 실물자산인 금을 사두려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장의 공식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달러가 강세일 때 금 가격도 함께 올라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이는 ‘공포’ 때문이다. 경제 상황이 불안해지면서 안전자산인 금을 사들이는 동시에 기축통화로 사용되는 달러도 사들이고 있는 것. 미국 경제도 불안하지만 미국 이외 주요국의 경제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는 것도 이유다. 달러인덱스에서 달러와 비교대상이 되는 주요 6개국 통화 가운데 83%를 차지하고 있는 유로, 엔, 파운드가 모두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달러는 2000년 이후 시작된 미국의 저금리 정책과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발행규모가 크게 늘어 가치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또 기축통화의 위상을 위협하던 유로 역시 남유럽 사태의 장기화로 가치하락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 가격의 강세는 이런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금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지만 금 채굴량은 정체된 상황도 금 가격의 강세를 지속시키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금은 유력한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유의할 점은 역시 분산투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개인이 직접 매입을 하기 쉽지 않은 만큼 금 관련 예금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금 관련 예금은 투자자가 직접 환헤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는 아예 환헤지가 되지 않아 환율의 변동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또 금은 주식과 달리 가격 변동성은 낮고 그만큼 수익도 단기적으로는 높은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금은 유용한 투자처다. 달러 등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때를 대비한다면 금은 충분히 매력을 지닌 상품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배성진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펀드리서치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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