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당 소득이 늘면서 가계 지출액이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씀씀이를 줄였던 소비자들이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되자 다시 지갑을 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14일 내놓은 ‘전국 가계 동향’에 따르면 1분기(1∼3월)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지출액은 303만7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만2000원(9.1%) 증가했다. 이런 지출 증가율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1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가계 지출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던 지난해 1분기 ―1.2%를 나타낸 뒤 2분기(4∼6월)와 3분기(7∼9월) 연속 1.8%에 머물렀다. 하지만 경제가 안정세를 보인 작년 4분기(10∼12월)에 7.2%로 늘어난 데 이어 이번에 예상을 뛰어넘는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가계 지출에서 세금 연금 보험료 같은 비(非)소비지출을 뺀 소비 지출액은 월평균 234만2000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9.5% 증가했다.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가전제품에 개별소비세가 부과된 4월 이전에 냉장고나 에어컨을 산 가정이 많아 가정용품 관련 지출이 18% 증가했고 교통비와 광열비 지출액도 10%대 중반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1분기 월평균 소득은 가구당 372만9000원이며, 월평균 소득에서 세금 연금 보험료 등을 빼고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303만3000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7.2% 많아졌다. 통계청은 “과거에는 소득이 많이 늘어도 지출은 별로 늘지 않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경기 회복 기대 덕분에 소득과 지출이 동시에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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