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철강 넘어 ‘민영 종합그룹’ 발판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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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5일 03시 00분


■ 대우인터 우선협상대상 선정

해외법인-지사 106곳 활용
원료확보-수출 큰 도움 기대
대우조선 인수도 탄력 받을듯
신임 사장에 이동희씨 유력

포스코는 14일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으로써 철강 전문 기업을 넘어 명실상부한 ‘민영 종합그룹’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계열사로 편입되면 철강 분야에 국한됐던 사업영역이 비(非)철강 분야로 확장된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 인수전에서 롯데를 제치고 승기를 잡은 포스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다시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양측에 ‘윈-윈’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에 눈독을 들인 것은 이 회사의 해외 영업 능력과 자원 개발 노하우 때문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해외 법인과 지사가 106곳에 이르고, 미얀마 해상 광구 등 세계 곳곳에서 9개의 석유·가스 개발사업과 6개의 광물자원 개발사업도 벌이고 있다. 이런 회사를 인수하면 해외 시장에서 포스코 철강 제품 판매 확대와 원료 확보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포스코는 기대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도 포스코로 매각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재무구조가 탄탄한 포스코의 지원을 받게 돼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고, 상사 부문에서도 포스코 비중을 높여 매출 확대를 꾀할 수 있다.

포스코는 이날 “인수 대금을 외부 차입 없이 자체 보유한 현금성 자산에서 충당할 계획”이라며 “상사, 자원개발, 신사업개발이라는 세 가지 사업 축을 중심으로 대우인터내셔널을 2018년까지 매출액 20조 원, 글로벌 지사 100개 이상을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네트워크 회사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면 신임 사장에는 이동희 전 포스코 재무투자부문장(사장·61)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사장은 올 2월 대표이사에서 회장 보좌역으로 물러난 뒤 이번 인수전을 사실상 지휘했다.

○ M&A행보 가벼울 듯

포스코는 인수전 승리라는 가시적인 성과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수확도 쏠쏠하게 챙겼다. 우선 선정 과정에서 별다른 ‘잡음’ 없이 승리를 거둬 추가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때도 발걸음이 가벼울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잡음 없이 인수하면 이후 대우조선해양 인수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재무구조가 탄탄해 국내 M&A 무대에서 강자로 평가받는 롯데와의 맞대결에서 여유 있게 승리함으로써 ‘오너’가 없어서 추진력과 과감성이 부족하다는 일부의 우려도 말끔하게 털어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는 교보생명 지분 24%를 챙기게 된 것도 큰 소득이다. 대우인터내셔널 측은 교보생명 지분을 8148억 원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1조∼1조5000억 원에 이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보생명 지분만 매각해도 인수에 들어간 돈의 30∼40% 정도는 회수하게 되는 셈. 포스코는 이 돈을 향후 M&A의 ‘실탄’으로 쓸 수 있어 운신의 폭이 커졌다. 실제로 포스코는 이날 “교보생명 지분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면 포스코 자산총액은 52조8000억 원에서 56조7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대우인터내셔널만으로는 재계 6위(자산 기준·공기업 제외) 순위에 변함이 없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자산 15조9000억 원)까지 인수할 경우 롯데(67조2000억 원)를 밀어내고 5위로 오를 수 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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