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대형 아파트가 찬밥 신세가 됐다. 비싼 보유세와 관리비 탓이다. 지방뿐만 아니라 경기와 인천, 강남권을 제외한 서울 상당수 구에서 소형 아파트의 3.3m²당 가격이 중대형 아파트 가격을 추월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20평형대 1500만 원, 30평형대 2500만 원, 40평형대 3500만 원, 50평형대 4500만 원이던 서울 강남 아파트의 3.3m²당 가격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에서는 소형 아파트보다 더 작은 오피스텔의 3.3m²당 가격이 훨씬 높이 뛰고 있다. 그야말로 초소형 전성시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참에 중대형으로 갈아타려는 똑똑한 수요자도 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이 중대형으로 갈아타기에 적정한 때인지는 몇 가지를 점검해 봐야 한다. 첫째로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다. 실수요자 시장이라 할 수 있는 수도권 아파트 임대시장에서 소형 아파트는 3.3m²당 가격이 아닌 전체 가격으로 중대형보다 비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도시와 인천, 경기 지역의 신규 입주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이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그리고 비싼 관리비 탓이다. 수요자들이 많이 찾는 소형 아파트보다 불필요한 중대형 아파트를 많이 지은 결과인 것이다. 더 큰 아파트를 더 싼 가격에 줘도 싫다는 데는 비싼 관리비의 영향도 크다. 최근 몇 년간 아파트 단지 내에 피트니스센터, 수영장, 독서실과 같은 부대시설이 늘면서 관리비가 급격히 올랐다. 3.3m²당 3000원이던 아파트 관리비는 3배가 올라 1만 원꼴이다. 경기침체로 수입은 줄었는데 관리비는 뛰면서 중대형 인기가 떨어진 것이다. 결국 중대형이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면서 가격이 상승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대형의 임대가격이 매매가격의 절반가량까지 올라가려면 상당한 기다림이 필요할 것 같다.
두 번째는 최근 분양 아파트 물량을 분석해 보면 아직도 건설사들이 중대형을 많이 짓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보다 줄기는 했지만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허가 물량을 보면 전용면적 85m² 이상의 건설 물량이 46.1%로 절반에 가깝다. 전국적으로 중대형 미분양 물량이 58%에 이르고 수도권에서는 70%를 넘는데도 중대형이 여전히 많이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 계획 물량의 공급이 끝나고 중대형 공급이 더 줄어드는 시점까지, 즉 중대형 분양 물량이 30% 이내가 될 때까지 시장을 조금 더 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는 세금이다. 공시가격 인상으로 재산세가 늘고 종합부동산세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중대형 아파트를 선택하기 전에는 세금을 한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종합부동산세가 있는 이상 기존 아파트를 처분하기 전에 중대형 아파트를 추가 구매하면 보유세 부담이 커진다. 합산 과세로 늘어나는 세금이 많기 때문에 여러 채를 사들일 수 있는 큰손이 나타나기도 어렵다. 현재 부동산 시장이 반전하기 어려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넷째는 대출 규제다. 수도권에서 연봉 5000만 원인 회사원이 주택 마련을 위해 대출 받을 수 있는 돈은 약 2억 원에 불과하다. 5억 원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를 사기 어려운 대표적 이유 중 하나다. 다섯째는 경기 상황이다.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고 시중 유동성은 풍부하지만 경기침체로 가계의 자금 동원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새집을 살 여유가 생기고 아파트 관리비가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경기가 좋아질 시점을 예측해 봐야 한다.
그러나 각종 여건이 조금만 더 개선된다면 바닥을 칠 때가 기회가 될 수 있다. 중대형 공급이 줄면서 각종 규제가 사라지고 세제가 개편되면 중대형의 인기는 되살아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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