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의 불확실성으로 주식시장의 조정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내부보다 해외요인이 불안하기 때문에 주가 전망이 더욱 힘들어졌다. 당초 예상대로라면 1분기 실적개선에 따른 과열부담이 해소돼 주가가 다시 상승 흐름을 탈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남유럽 사태가 발목을 잡았다. 그리스 위기가 시간을 끌면서 주변 국가로 확산될 개연성이 커졌다. 세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고 코스피도 단기에 80포인트 정도 떨어졌다. 사태가 더욱 악화되면서 유로존 재무장관은 긴급 회동을 통해 7500억 유로의 대규모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유럽중앙은행도 개별 국가의 국채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사상 유례 없는 구제금융 패키지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막기 위한 충격적 카드였다.
문제는 지원자금 마련에 대한 구체안이 결여됐다는 점이다. 적시에 지원자금 마련이 가능한가에 대한 우려가 다시 투자자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행 과정에서의 불협화음도 불가피하다. 지원자금 부담을 져야 하는 독일과 프랑스 등은 자국의 혈세로 악성부채 국가에 자금을 지원한다는 비판 여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지원을 받아야 하는 국가도 혹독한 구조조정과 재정 감축 프로그램을 실행해야만 한다. 이를 확인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7월에만 올해 남유럽 국가 국채 만기의 62%가 집중돼 있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두고 여진이 지속될 수 있다.
중국의 부동산가격 급등도 불안 요인으로 부각했다. 중국의 4월 주택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1% 상승했다. 정부가 주택시장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제시했다. 올해 들어 지급준비율을 세 차례 인상했고 담보대출을 강력하게 규제했다. 문제는 이 규제들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이 계속 상승했다는 점이다. 시장에선 다음 규제로 세제개편을 예상하고 있다. 양도소득세를 현실화하고 보유세도 부과할 것으로 예상한다. 주택가격 상승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가는 시간을 두고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다만 한 가지 걱정스러운 부분은 일련의 규제가 누적되면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이 경착륙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 교수는 정부 정책의 부작용을 거론하면서 ‘샤워실의 바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상당한 시차가 존재하는데 정부가 이를 참지 못하고 더욱 강한 정책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주택시장 과열을 볼 때 자칫 이러한 우를 범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시장 내부적으론 업종별, 종목별 주가 차별화가 심화됐다. 차별화 장세는 실적장세의 전형적인 패턴이지만 이를 고려해도 차별화 정도가 과하게 진행됐다. 따라서 급등 종목에 대해선 경계심리가 필요하다. 이번 주에는 외국인투자가의 매매동향과 달러-유로 환율, 남유럽 사태 추이가 중요한 변수다. 경제지표에선 미국의 4월 주택착공과 소비자물가를, 유로존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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