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트펀드는 펀드매니저의 주관적인 판단을 가급적 배제하고 수학적 모델을 이용한 계량분석기법을 통해 투자 대상을 찾아내는 펀드다. 특정 종목의 재무 데이터 및 기업의 펀더멘털(평가가치, 이익성장성)에 바탕을 두고 컴퓨터가 종목을 결정한다.
한국에서 퀀트기법을 활용한 펀드가 나온 것은 3년 전이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했고 설정액도 미미했다. 하지만 최근 남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펀드가 KB자산운용의 ‘KB퀀트액티브펀드’. 3월 15일 설정된 이 펀드는 3개월도 채 되지 않았지만 6일 퀀트펀드로는 처음으로 설정액 100억 원을 돌파했다. 이 펀드는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주당순이익(EPS),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의 추정치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 가격이 낮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골라내는 독자적인 퀀트모델을 구축했다.
문경석 KB자산운용 파생상품부 이사는 “퀀트모델을 통해 저평가된 기업 가운데 향후 이익 성장추세(모멘텀)를 가진 종목을 선정해 가치주와 성장주의 보완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투자 유니버스를 업종 대표주 종목군으로 한정하고 퀀트모델을 통해 선별된 20∼30개 종목에 최종적으로 투자한다”고 말했다.
동양자산운용의 ‘동양퀀트증권투자신탁1호’도 수익률이 우수한 퀀트펀드다. 12일 기준으로 6개월 수익률 11.95%, 1년 수익률 35.79%를 기록 중이다. PER, 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수익률 등을 기본으로 다양한 계량적 분석기법을 활용한다. 매월 정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수정하고 위험 예상 종목은 다른 종목으로 대체해 위험관리를 하고 있다. 포트폴리오의 종목 교체가 잦지 않아 매매수수료 부담도 일반 성장형 펀드에 비해 낮다.
대신증권의 액티브퀀트 주식형펀드도 기업의 내재가치가 우수한 종목을 발굴해 실적장세에 진입할 때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얻도록 설계됐다. 시가총액에 따른 투자 비중이 아닌 기업의 펀더멘털 지표에 따라 투자하는 펀더멘털 인덱스 기법을 활용해 운용한다. 기업의 순이익, 자본총계, 현금흐름 등 기업의 내재가치를 평가하는 세 가지 항목을 분석하고 12개월 미래 추정치와 과거 3년 평균 현금흐름을 분석해 저평가 종목을 찾아낸다. 설정일(2008년 10월 13일) 이후 42.11%의 양호한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내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 퀀트펀드는 더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업의 객관적인 재무 데이터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퀀트펀드 속성상 기업 회계가 더 투명해지면 종목 선정이 유리해져 펀드 성과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프로그램대로 알아서 주식 매매
금융공학기법을 활용해 미리 짜놓은 프로그램에 따라 주식을 사고파는 펀드들도 눈길을 끌고 있다. 저평가된 자산을 사고 고평가된 자산을 파는 차익거래전략을 구사하는 시장중립형펀드, 자동주문 시스템을 이용해 주식을 분할 매매하는 시스템펀드, 파생상품을 편입해 위험을 줄인 보험형펀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주식시장이 급등락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기대수익률을 다소 낮추는 대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동부자산운용은 금융공학기법으로 주식 편입 비율을 조절하는 ‘동부뉴델타히어로증권투자신탁 제1호’를 최근 출시했다. 이 펀드는 재무·변동성 분석 등을 통해 주식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금융공학기법을 활용한 변동성 매매 전략을 통해 주식 편입 비중을 0∼90%까지 조절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거치식 자금을 9차례로 나눠 주식을 매수하는 형태의 ‘한국투자 전략분할매수 증권펀드’를 최근 선보였다. 한 차례에 순자산의 19% 이내에서 분할 매수하되 편입 비율과 매수 타이밍은 내부 리서치팀과 협의해 결정한다. NH-CA자산운용은 코스피200의 20일 이동평균선 변동성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자동적으로 주식 비중을 줄이고 변동성이 낮아지면 비중을 늘리는 ‘프리미엄 리스크 관리 펀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금융공학기법을 활용한 펀드는 펀드별로 채택한 프로그램에 따라 수익률도 각양각색이다. 따라서 펀드별 운용기법을 꼼꼼히 들여다봐야 하고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대한 투자자 나름대로의 전망도 필요하다.
임진만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증시가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될 때는 금융공학펀드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며 “단, 증시가 예상 시나리오를 벗어나거나 추세적인 방향성을 나타낼 때는 성과가 좋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주식형펀드를 보완해주는 대안상품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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