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성장기지 ‘경제자유 구역’]② 전문가 릴레이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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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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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속도보다 콘텐츠가 중요

국내 대표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혁신 클러스터나 지식경제의 기반을 갖춘 국제적인 도시가 될 만한 잠재력이 크다. 송도국제도시 조감도. 동아일보 자료 사진
국내 대표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혁신 클러스터나 지식경제의 기반을 갖춘 국제적인 도시가 될 만한 잠재력이 크다. 송도국제도시 조감도.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국에 최초로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된 후 6년이 지났다. 거창한 계획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미흡하다고 느끼는 이가 많다.

흔히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외국인투자가 부진하다고 비판한다. 현행 경제자유구역법은 외국인투자를 촉진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며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됐다. 하지만 외국 투자기업 중심으로 경제자유구역을 만들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국내기업 부당한 역차별 폐지 시급

실제로 산업화가 진행된 국가 중 국내 기업을 역(逆)차별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중국은 개방 초기 외국 기업을 우대했지만 부작용을 감안해 관련 제도를 폐지하고 있다. 선진국의 대표적인 혁신 클러스터인 프랑스 소피아앙티폴리스와 미국의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TP)도 자국 기업이 압도적인 다수다. 대만의 신주과학공업단지는 외국인 기업 비중이 15% 미만이다. 경제자유구역의 목표는 국내외 기업을 막론하고 기업 활동에 유리한 제도적 물리적 환경 및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한국도 국내외 기업을 동등하게 대우할 필요가 있다.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은 경제자유구역에 가면 아파트만 보인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도시 개발 과정을 살펴보면 주거시설에서 출발해 근린시설과 상업시설이 점진적으로 들어서는 사례가 많다. 한때 베드타운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는 현재 정보기술(IT)의 메카로 변모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도 비슷하다. 수익성이 보장된 주거시설을 우선 개발하고 있으며 당장 사업성은 없지만 장차 경제자유구역의 핵심이 될 업무시설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주거시설의 개발이익을 업무시설 개발에 재투자하도록 하는 구속력 있는 장치는 더 강화되어야 한다. 사무용 빌딩 등을 낮은 가격에 공급해 업무 중심지로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인천시가 주거시설용지를 직접 경쟁 입찰로 매각하고, 그 수익으로 업무시설을 건립하거나 ‘앵커기업(핵심 기업)’ 유치를 지원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선택과 집중으로 인센티브 늘려야

인센티브가 부족하고 불필요한 규제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특구란 ‘국토의 다른 지역에 비해 차별적이고 상대적으로 유연한 제도를 운영하는 지역’을 뜻한다. 경제자유구역 역시 경제특구의 일종이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외국 병원과 외국 교육기관 유치 문제는 관련 부처 협의나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아직까지 시각차가 크다. 게다가 개발 가능성이 낮은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다는 점에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은 ‘테스트베드(시험대)’ 역할을 해야 한다. 사회적 논란이 있는 제도를 경제자유구역에서 실험해 보고 효과가 좋으면 확산시키고 그렇지 않으면 포기하는 방식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아직 희망을 버릴 때는 아니다. 경제자유구역은 아직 개발 초기이고, 지역 간 편차가 심하다. 별다른 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성과를 논하기보다는 개별 지역이 처한 여건을 면밀히 검토해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선택된 곳에는 과감한 혜택을 주어야 한다. 규제만 있고 인센티브가 없다면 오히려 ‘경제부자유구역’이 될 수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혁신 클러스터나 지식경제의 기반을 갖출 잠재력이 충분한 곳이다. 개발 속도보다 내용과 방향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허동훈 인천발전연구원 경제자유구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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