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이동식 레저주택
리모컨 누르면 앞면이 테라스
침실-부엌-화장실 모두 갖춰
한채에 3000만∼5000만 원
위로 쌓으면 복층건물
2주면 한채 뚝딱… 수명 20년
고급 컨테이너 하우스 등장
전시관-상점-카페 활용도
서울 잠실에 사는 김경옥 씨(55·여)는 경기 가평군 청평면에 사둔 땅에 컨테이너를 하나 들여놓기로 했다. 전원주택을 짓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김 씨는 이 컨테이너를 '세컨드 하우스'로 활용할 생각이다. 그는 "평소 전원생활을 동경해오던 중 최근 박람회에서 본 게 마음에 들어 구입하기로 했고 7월에 입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컨테이너는 주로 화물 운반용도로 쓰였다. 쓰임새가 넓어졌다고 해봐야 건설현장의 사무실, 간이 진료소 등 임시 공간으로만 활용돼 왔다. 하지만 최근 컨테이너를 휴양과 레저를 위한 어엿한 주거시설로 개발하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컨테이너 하우스'의 등장은 현실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고 여가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전원주택, 펜션 등 세컨드 하우스의 수요가 늘어났지만 집값이 비싼 데다 구입을 하더라도 한 곳에서만 휴가를 보내야 하는 게 단점이었다. 컨테이너 하우스는 가격이 저렴하고 상황에 따라 통째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매력을 갖고 있다. 외국에서도 컨테이너를 활용한 건축 붐이 일고 있다.
●침대 화장실 부엌 갖추고 자체 전력생산까지 건축업체 큐브디자인개발이 설계한 바닥면적 27㎡ 규모(가로 3m, 세로 9m)의 한 컨테이너 하우스. 리모콘 버튼을 누르자 외벽이 내려오고 차양이 생겨 순식간에 테라스로 변신한다. 컨테이너 내부에는 침대를 비롯해 화장실 부엌 등 생활 필수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다. 컨테이너의 벽에 전동장치를 달아 원격조정으로 문을 열고 닫을 수 있으며, 외벽에 태양광 발전장치를 설치해 자체 전력생산이 가능하다. 컨테이너 2, 3개를 붙이면 면적을 넓힐 수 있고 수직으로 쌓으면 복층도 만들 수 있다. 올해 2월 출시된 이 컨테이너 하우스는 현재 '청약' 접수를 받고 있다. 제작기간은 2주로 매우 짧지만 수명은 20년이나 된다. 큐브디자인개발 한영식 대표는 "한채 당 3000만~5000만 원 수준으로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꾸준히 문의전화가 걸려온다"고 말했다. 컨테이너를 아예 트레일러에 얹어 캠핑카 형태로 만든 집도 등장했다. 컨테이너 내·외부를 목조주택과 같은 마감재로 꾸민 뒤 트레일러에 얹어 언제 어디든지 이동이 가능하도록 한 것. 가로 3m, 세로 12m의 36㎡ 규모로 가격은 5800만~6600만 원대다. 두성특장차 하재조 상무는 "산 바다 계곡 등 계절별로 휴양지를 옮겨 다니면서 세컨드 하우스를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동식 레저주택 개념으로 시장 확대 시장도 커지고 있다. 기존 일반 컨테이너 제작업체들까지 경쟁에 뛰어들면서 이제 컨테이너 하우스를 만드는 곳은 10여 군데에 이른다. 주택마케팅업체인 홈덱스의 이승훈 사장은 "기존 컨테이너 제작업체들이 주택용으로 눈을 돌려 제품을 만들고 있어 앞으로는 고급 컨테이너 하우스들이 더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컨테이너 하우스는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공사기간이 짧으며 △재활용이 가능해 친환경적이라는 점 등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컨테이너를 활용해 주택이나 전시관, 상점, 체육관 등의 건축물을 짓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실로담'과 영국 런던의 '컨테이너 시티' 등이 주거시설로 활용한 대표적인 컨테이너 건축물들이다. 한국에선 지난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컨테이너 28개로 지어진 복합문화시설 '플래툰 쿤스트할레'가 유명하다. 홍익대 건축학과 김형우 교수는 "화재, 부식 등의 문제점을 기술적으로 보완한다면 컨테이너 하우스도 새로운 주거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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