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3개 상장사 순익 718% ↑ “장사 잘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0일 03시 00분


■ 12월 결산 상장법인 1분기 실적 분석

국내외 실물경제 회복 영향
삼성전자 등 28개 대기업
결산 나오면 실적 더 커질듯


국내 기업의 올 1분기(1∼3월)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한 가운데 순이익은 700% 넘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분기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기업들의 실적이 저조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올 들어 국내 기업들의 선전이 두드러지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통계에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한 삼성전자 삼성전기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28개 대형 기업이 제외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 폭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작년 1분기 실적 저조 ‘반사효과’ 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634개사 중 비교 가능한 573개사의 영업이익은 16조767억 원으로 137.72% 증가했다. 순이익은 16조6259억 원으로 무려 718.29% 급증했다. 매출액은 190조7182억 원으로 11.26% 증가했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작년 1분기 3.95%에서 올 1분기 8.43%로 4.48%포인트 상승했다. 금융업을 제외한 매출액영업이익률은 7.06%로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1분기(7.88%)에 근접했다.

매출액순이익률은 7.52%로 최근 5년간 최고치를 기록했고, 재무건전성지표인 부채비율은 105.04%로 지난해 말의 106.75%에 비해 1.71%포인트 낮아졌다.

업종별로는 자동차가 속한 운수장비 업종의 영업이익이 2조5331억 원으로 108.63% 증가했고 전기전자 업종은 작년 1분기 4751억 원의 영업 손실에서 올 1분기 8899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금융회사들은 가계대출 위축으로 매출액이 12조94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9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749.52%, 656.41%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1분기 상장사들의 실적이 좋게 나온 가장 큰 원인으로 지난해 1분기 실적 저조에 따른 반사효과를 꼽으면서도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된 영향이 상당히 컸다고 분석했다. 금융시장 안정으로 실물경제가 회복됐고 환율이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한 것도 긍정적이었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분기 정보기술(IT) 업종은 스마트폰 열풍과 3차원(3D) 기술 발달로 소비가 늘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며 “세계 경제의 격변기를 틈타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업 등 경쟁사 대비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린 것도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 2분기도 실적 개선 예상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아직까지 초기이고 실적 개선을 주도하고 있는 IT와 자동차 업황이 여전히 좋은 만큼 2분기(4∼6월) 실적도 양호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이익의 절대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실적 개선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의 성장 속도는 1분기를 정점으로 점차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남유럽 재정위기로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고 하반기로 갈수록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점이 부담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업 실적이 좋은 것과 별개로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 확대로 인해 당분간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2, 3분기 주식시장은 조정 및 횡보를 거치다가 4분기 정도 되면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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