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기 침체 속 청약경쟁률 30 대 1 훌쩍
저금리 상황 지속되면서 임대소득 노린 수요 몰려
18일은 전국에 비가 내렸지만 이날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오피스텔 분양홍보관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백 명이 줄을 섰다. 포스코건설의 ‘더샵 센트럴스타리츠’에 청약하려는 인파였다.
이곳의 분양 홍보 담당자는 “전날은 오후 6시에 청약접수를 끝내고 남은 사람들을 돌려보냈는데 이날은 오전 7시부터 청약대기자가 몰려와 밤 12시까지 신청을 받았다”며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100m 정도는 꾸준히 줄지어 서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한동안 자취를 감춘 ‘떴다방’(이동식 부동산 중개업소)까지 10여 개 가 등장했다. 이 가운데 서울에서만 7, 8개 팀이 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 오피스텔의 청약경쟁률은 평균 31 대 1. 총 319실 모집에 9889명이 청약했다. 포스코건설 측은 “부산 서면지역 도심이라 워낙 입지가 좋고, 입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이나 스카이라운지 공간을 확보한 것이 높은 청약률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오피스텔의 청약 열기는 미분양이 예사인 다른 민간 아파트들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특히 교통환경과 입지가 좋고 소형일수록 관심이 높다.
대우건설이 이달 11, 12일 청약을 받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푸르지오월드마크 오피스텔’은 총 89실 모집에 4369명이 신청해 49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이 가운데 소형에 해당하는 1군(전용면적 41∼60m²)은 34실 모집에 3029명이 몰려 경쟁률이 무려 89 대 1까지 치솟았고 2군(68∼72m²)은 36 대 1, 3군(77∼82m²)은 1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달 중순 한화건설이 분양한 ‘인천 논현 에코메트로3차 더 타워’ 오피스텔도 282채 모집에 2587명이 신청해 평균 9.2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전용면적 46m²형이 11.5 대 1로 청약 열기가 가장 뜨거웠고 59m²형은 10.1 대 1, 81m²형은 5.9 대 1이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사전 시장조사와 최근 1인 가구 증가세를 감안할 때 이번 분양은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주춤하는 것과 달리 오피스텔의 매매가격은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오피스텔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집값 상승폭이 물가상승률을 초과하던 시절에는 임대수익 위주의 오피스텔보다는 시세 차익을 올릴 수 있는 신규 분양 아파트가 기대수익이 컸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가 저물어가면서 은행 예금금리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내는 오피스텔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역설적으로 오피스텔의 인기는 부동산 경기침체가 낳은 산물인 셈이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정부가 오피스텔을 사실상 주택으로 인정해준 것도 투자가치를 높였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전용면적 85m² 이하 오피스텔의 바닥 난방을 허용했고 업무용 시설 비중 및 욕실 기준 등 각종 건축규제도 폐지하기로 했다. 1억, 2억 원의 비교적 적은 돈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 등도 인기를 끄는 요인이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지방은 기존의 소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사실상 주거시설이나 다름없는 오피스텔로 이동하고 있다”며 “여전히 시세 차익보다는 임대소득이나 실거주용으로 접근하는 투자자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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