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은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와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위험) 부각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한은 이주열 부총재는 이날 한은 통화금융대책반 회의 직후 "금융시장에서 과도한 불안심리가 오래 지속되면서 그에 따른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가격변수가 급변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앞으로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금융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부총재는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환율이 급등한 것은 남유럽 재정위기에다 천안함 사태 영향이 가세한 데 기본적으로 연유하지만, 경제 주체들의 불안심리도 상당히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안 심리가 과도한 면이 있기 때문에 환율 불안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채권시장이 안정세를 유지한 것은 우리 경제의 양호한 기초 여건에 대한외국인 투자자의 믿음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은은 이날 오전 환율이 1,270원 선으로 급등하자 고위 관계자 명의로 "환율 상승폭이 예상보다 상당히 커 지켜보고 있으며 필요하면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며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70원 선까지 폭등한 뒤 외환당국의 달러화 매도 개입으로 상승폭을 줄이면서 1,2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4거래일 동안 100원 이상 급등한 것으로. 지난해 8월19일 이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시중유동성 관리에 대해 한은 민성기 금융시장국장은 "지난주부터 유동성 관리를 여유 있게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여유 있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은이 아직 대책을 내놓을 상황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유동성 부족이 현실화하면 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 발행을 통한 초과 유동성 흡수를 자제하는 등 추가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날 경제금융 부문의 관계기관 합동대책반을 통해 환율과 물가, 수출, 원자재 수급 등을 실시간 점검해 해당 부처를 통한 대응에 착수했으며 26일 오전에는 경제금융 합동대책반 회의를 열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과 원자재 동향을 모니터링했으며, 북한 수산물 반입 감소에 따른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 등으로의 수입선 다변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신제윤 재정부 차관보는 이날 무디스 등 미국 뉴욕에 있는 국제신용평가사를 방문해 북한 리스크 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금융감독원도 이날 오전 자체적으로 비상회의를 소집해 환율 급등요인을 분석했다.
금감원은 국내 금융기관들이 중장기 외화차입 비율을 늘려서 외화유동성에 별다른 문제가 없으며 외국인 자금도 특이 동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감지될 경우 신속하게 관련 대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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