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파트 담보대출이 크게 줄면서 은행권의 가계대출 분기 증가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밑돌았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부진하면서 자금을 굴릴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의 예금 유치 경쟁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3월 말 현재 410조241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7370억 원 늘었다. 분기 중 가계대출 증가액이 1조 원에 못 미친 것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8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가계대출 증가액은 2006년 4분기 14조 원을 넘어서는 등 크게 늘었으며 지난해에도 2분기까지는 8조2040억 원이 늘어나 분기당 10조 원 안팎의 증가폭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도입한 뒤 그해 3분기엔 4조7090억 원, 4분기엔 4조4730억 원 증가하는 등 증가폭이 줄었다.
특히 올해 들어선 부동산 시장 침체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이어 부동산 경기까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출 수요가 뚝 떨어지면서 시중은행들은 예금 유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중에 부동자금이 넘쳐나는 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가계대출마저 줄어 예금을 유치해도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은행은 올해 새로운 예금 상품을 내놓기보다는 주가연계예금(ELD) 상품만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올 들어 국민은행의 ELD 판매 실적은 20일까지 2347억 원을 기록했다. 우리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특판예금 상품이나 별도의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 없으며 산업은행도 최근 특판예금 판매를 통해 2조 원의 예금을 유치한 이후로 신규 예금 유치 계획이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때문에 0.2∼0.4%포인트 올랐지만 여전히 3% 중반 수준”이라며 “가계와 기업 모두 대출하려는 수요가 없어 무리해서 예금을 유치해봐야 역마진만 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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