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MS마저 제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8일 03시 00분


시가총액 2221억달러로 세계 최대 IT기업 자리 올라


‘애플이 정보기술(IT) 업계의 새로운 왕으로 등극했다.’

영원할 것 같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아성도 변화의 물결 앞에서 결국 무너졌다. 26일 애플의 시가총액은 2221억2000만 달러(약 272조 원)로 2191억8000만 달러인 MS를 제치고 세계 최대 IT 기업의 자리에 올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7일 전했다.

이날 애플의 주가는 주당 244.11달러로 전날보다 1.11달러(0.45%) 떨어졌지만 MS의 주가는 주당 25.01달러로 전날보다 1.06달러(4.07%)나 내려 하락폭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미국 전체 기업 중에서는 엑손모빌(2786억4000만 달러)에 이어 2위다.

1975년 4월 1일 스티브 잡스(55)가 애플을 창업하고 사흘 뒤 빌 게이츠(55)는 MS를 세운 이후 IT업계의 동갑내기 두 천재는 35년에 걸쳐 경쟁을 벌여왔다. MS는 1985년 윈도, 1989년 오피스를 내놓으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반면 애플은 내분 끝에 잡스가 1985년 쫓겨나고 매킨토시 노트북 등 신제품이 실패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애플의 시가총액이 MS보다 컸던 때는 1989년 12월 19일이 마지막이었다.

1990년대 양사의 격차는 걷잡을 수 없이 벌어졌다. 2000년 1월 MS의 시가총액은 5560억 달러, 애플은 156억 달러로 35배 이상 차이가 났다. 2000회계연도 MS의 매출액은 229억 달러로 애플보다 세 배가량 많았다.

그러나 1997년 잡스가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뒤 애플은 반격의 계기를 맞았다. 애플이 아이팟(2001년), 아이폰(2007년), 아이패드(2010년)를 잇달아 히트시키는 동안 MS는 뚜렷하게 새 시장을 개척하지 못했다. 그 결과 21년 만에 시가총액이 역전된 것. 지난달 3일 출시 이후 미국에서만 판매돼 온 아이패드는 28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9개국에서도 출시되며 이미 60만 대의 주문이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7일 “무엇보다 CEO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잡스는 새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그런 제품이 팔리겠느냐’는 사회적 통념에 도전했고 위험을 감수했다. 그 결과 디지털 음악기기와 휴대전화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반면 거대해진 MS는 능동적으로 변화를 이끌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고 치열하게 노력하는 동안 MS는 현상을 유지하려고만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IT업계의 대결구도가 애플 대 MS에서 애플 대 구글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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