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개혁법안의 핵심 조항 중 하나인 은행의 파생상품 거래규제안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니 프랭크 미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장은 25일(현지 시간) “은행에서 파생상품 업무를 분사해 별도 법인에서 전담토록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프랭크 위원장은 “상원 안에 포함된 자기자본거래 규제가 파생상품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은행들의 투기적이고 위험한 파생상품 거래를 규제하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랭크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주 상원이 통과시킨 금융개혁법안에 포함된 파생상품 규제에 대해 반대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프랭크 위원장은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은행위원장과 함께 상원과 하원이 각각 승인한 금융개혁법안을 하나의 법안으로 병합하는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상원 안은 사실상 은행들이 파생상품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데 비해 하원 안은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감독 강화만을 요구하고 있다.
은행의 파생상품 거래는 월가 대형은행들의 주요 수익원이라는 점에서 월가의 관심이 집중돼 왔던 이슈다. 월가에서는 상원 안이 입법되면 은행 수익이 2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 통화감독청(OCC)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 은행들은 파생금융상품 거래로 23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프랭크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파생상품 관련 규정이 삭제되거나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마이클 바 재무부 차관보는 26일 “은행의 파생상품 분사는 당초부터 행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개혁’ 내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아직 미 상원과 하원의 병합 법안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일각에서는 미 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개혁안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의회의 개혁안이 월가의 관행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조치들을 담고 있지만 근본적인 한계점이 많아 ‘월가 대개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부족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 은행의 규모에 제한을 두려는 뜻을 내비쳐 월가가 긴장해 왔으나 법안에는 반영이 안돼 월가가 안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4일 월가 분위기를 전했다.
AP통신도 23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의회의 금융개혁안이 허점이 너무 많고 정부기관의 역할을 키우는 데만 비중을 두고 있어 또다시 위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