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업무 복잡성 없애라 더 좋은 직장이 된다

  • Array
  • 입력 2010년 5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업무처리 단계 늘어날수록
역할 분담 불명확해져
직원 좌절감-불안감 증폭

당신의 회사에서는
복잡성 잘 관리하나요?

기업 경영진은 자신의 회사에 어떤 유형의 복잡성이 도사리고 있는지 간과하기 쉽다. 경영진은 직원 개인이 겪는 업무 복잡성의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이후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복잡성은 과감하게 제거하고, 그렇지 않은 복잡성은 복잡성 대응력이 높은 직원에게 적절하게 배분해야 한다. DBR 그래픽
기업 경영진은 자신의 회사에 어떤 유형의 복잡성이 도사리고 있는지 간과하기 쉽다. 경영진은 직원 개인이 겪는 업무 복잡성의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이후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복잡성은 과감하게 제거하고, 그렇지 않은 복잡성은 복잡성 대응력이 높은 직원에게 적절하게 배분해야 한다. DBR 그래픽
《북미 유럽 등 전 세계 시장에 소비재를 판매하는 다국적 제조업체인 A사 경영진이 고민에 빠졌다. A사가 호주에서 급성장하면서 호주 시장에 투입해야 할 시간과 노력도 정비례해서 늘어났다. 당연히 출장도 잦아졌다. 문제는 미국과 유럽, 호주를 오가며 회사를 경영한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경영진은 뭔가 복잡해졌다고 느꼈다. 그들은 진출 국가가 늘고 직원이 증가한 게 복잡성의 원인이라고 자체 진단했다. 즉 ‘제도적’ 복잡성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다수 직원에게 제도적 복잡성은 별로 문제되지 않았다. 오히려 직원들을 괴롭힌 것은 형편없는 업무 프로세스, 불명확한 업무 분장 등 ‘개인적’ 복잡성이었다. 업무 처리 절차 단계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1년 이상이 걸렸다. 전사(全社)적으로 업무 협의도 여러 번 해야 했다. 직원들의 좌절감과 불만감은 극에 달했다. 심지어 본사 업무를 각국 법인에서도 똑같이 처리하면서 직원들 간 역할이 겹쳤다. 내부 업무 처리 절차를 관리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쏠리면서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는 데 소홀해졌다.》

이런 복잡성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8호는 A사가 복잡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담은 ‘맥킨지 쿼털리’ 5월호의 ‘복잡성, 관리하면 줄일 수 있다(Putting Organizational Complexity in Its Place)’를 실었다. 이를 요약해 소개한다.

경영진이 겪는 복잡성과 직원들이 일선 업무 현장에서 접하는 복잡성의 양상은 다르다. 대다수 직원에겐 비효율적 업무 프로세스처럼 ‘개인적’ 복잡성이 문제가 될 때가 많다. 하지만 경영진은 대개 본인이 몸소 경험하는 ‘제도적’ 복잡성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개인적 복잡성은 경영진에게 맹점(blind spot)과도 같다. 직원 대다수가 겪는 개인적 복잡성을 간과한 채 제도적 복잡성의 해결에만 치중하다 보면 자칫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A사는 개인적인 복잡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질문 항목은 △회사 전반에 걸쳐 역할과 책임이 명확한지 △각종 시스템과 업무 프로세스가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는지 △개별 업무 수행에 얼마나 많은 업무 협조가 필요한지 △이런 업무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지 △직원 각자가 업무를 완수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데 어느 정도 어려움을 느끼는지 등으로 이뤄졌다. 표적집단면접(FGI)과 직원별 개별 면담도 병행했다. 또 직원들의 업무 기술서와 조직을 분석해 각 역할 간 중복성의 정도를 파악했다.

조사 결과 본사와 해외법인 사이에 책임을 둘러싼 혼선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B지역 해외법인 마케팅 부서는 본사의 지시와 법인의 지시를 동시에 받아 복잡성이 높다고 답했다. 이는 업무 권한 및 업무 절차가 B법인 마케팅 부서와 비슷하고, 판매하는 상품도 B법인과 똑같은데도, 단지 본사와의 접촉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일하기 쉽다고 답한 D지역 해외법인과 대조적이었다.

공급망 담당 부서의 직원들은 업무 중첩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판매 예측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 해당 국가 법인과 본사가 수도 없이 협의를 하는 프로세스가 더 큰 골치였다. 다수의 의사결정권자를 거치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측의 정확성은 향상되지 않았다.

A사는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복잡성은 과감히 제거하고, 그렇지 않은 복잡성은 이를 잘 처리할 수 있는 직원에게 배분하기로 했다. 우선, 본사와 해외법인 간에 발생한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마케팅 부서 등 특정 조직이 해당 지역의 법인과 본사를 모두 상대하지 않게 했다. 둘 중 한 곳하고만 일하게 하고, 법인과 본사 간에 필요한 상호작용을 법인의 특정 매니저에게 모두 맡겼다.

영업과 예측 프로세스를 향상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담당 직원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보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고객 니즈를 고려한 예상 매출 규모와 경쟁 상황에 대한 정보를 집중 제공했다. 이를 위해 해당 법인의 특성에 맞는 데이터 수집 팀을 꾸렸다. 팀 구성원의 업무 기술서도 표준화했다. 영업 전망, 가격 결정, 프로모션에 관해 본사와 협력해야 하는 책임을 구성원 전원에게 분명하게 정해 줬다. 그 덕분에 모든 업무 프로세스에 투입되는 불필요한 정보를 제거하고, 지역별로 가장 가치 있는 곳에 정보와 노력을 투입할 수 있었다.

A사는 복잡성의 재분배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직원들이 충분하게 준비됐는지도 살폈다. 어떤 직원은 복잡성에 부딪힐 때 당황하지만 어떤 직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일을 해낸다. 복잡함에 따른 모호함을 견디는 동시에 복잡함을 적극 관리하는 이른바 ‘양손잡이’ 능력을 훈련시켰다. 동시에 복잡성에 대처하는 직원 개개인의 장단점을 최대한 감안해 복잡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처리할 만한 직원에게 업무를 맡겼다.

정리=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8호 (2010년 6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 Special Report /중국 진출 성공하려면? 전략 수립 A to Z


야심 차게 중국에 진출한 많은 기업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드넓은 시장 규모에 비해 생각보다 성공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업종이 아닌 기능적인 역량 중심의 접근법을 택해야 한다. 중국 시장에서는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마케팅, 연구개발(R&D), 생산 및 물류 효율성, 사후 서비스 네트워크 구축 및 관리 등 기능적인 측면에서 자사의 역량을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 다음 자사의 강점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업종, 품목, 지역을 선정해야 한다. 관료적인 의사 결정 체계를 지양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인 경영진에게 충분한 권한을 줘서 의사결정 체계를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중국은 경영 환경을 예측하는 일이 극도로 힘든 곳이다. 따라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경영 계획을 수립하는 일도 필요하다. 곽동원 AT커니 파트너가 중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전략 수립 방법론을 설명한다.

▼ 정재승의 Money in the Brain / 기아차 K7 돌풍 뒤에는 ‘뉴로마케팅’ 있었네


기아자동차의 K7이 준대형 세단 시장의 절대 강자 그랜저의 판매대수를 능가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KAIST의 정재승 교수는 K7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한 ‘알파뉴메릭(alphanumeric)’ 방식의 작명법을 꼽는다. 지난해 4월 기아차는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와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뇌영상 피험자를 모집했다. 소비자로부터 가장 긍정적인 뇌 반응을 유도하는 알파뉴메릭 이름을 찾기 위해서다. 한국인 100명, 외국인 100명을 합쳐 총 200명을 대상으로 아이 트랙킹(eyetracking),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 등을 이용해 실험을 했다. 그 결과 피험자들의 뇌반응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 알파벳은 K, T, N, Y, Z 등 5가지로 나타났다. 이 중 K에 행운을 의미하는 숫자 7이 조합돼 탄생한 K7에 대한 피험자들의 반응은 압도적이었다. 세대와 국적에 관계없이 강한 지지를 얻었다. 소비자의 뇌를 통해 소비자의 속내를 읽어야 하는 이유와 이를 응용한 마케팅 기법을 소개한다.

▼ 회계를 통해 본 세상 /기업 성과지표 ‘EVA’, 때론 사원 氣꺾는다


현재 한국 기업의 성과 평가 지표로 경제적 부가가치(EVA·Economic Value Added)가 널리 쓰이고 있다. 서울대 최종학 교수는 EVA가 총자산 순이익률(ROA·Returnon Asset), 자기자본 순 이익률(ROE·Return on Equity) 등에 비해 우수하지만 몇 가지 문제도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 독과점 산업 및 성숙 산업에서는 특별한 노력 없이 선두 업체가 항상 높은 EVA를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그룹 내 여러 계열사나 한 기업 내의 다른 사업부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 모든 직원들이 잘나가는 계열사나 사업부에만 가려고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셋째, 경영자가 단기 EVA의 향상을 위해 장기 EVA의 가치를 하락시킬 위험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임원 성과 평가에는 재무성과 외에도 고객 만족도와 직원 몰입도 같은 비(非)재무 지표를 상당 부분 반영해야 한다. EVA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사용 방법을 소개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