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취임이후 ‘직원과의 대화’ 가장 공들여
“웃고 떠들고 소통하고… 이런 게 좋아
트위터? 난 직접 부딪치는 스킨십 체질”
스포츠 동아리 후원… 부인과 막걸리 데이트
“저는 대화하는 걸 참 좋아해요. 이거 제 자랑인가요? 사람들 얘기 듣는 걸 좋아하죠. 남들은 그걸 어떻게 다 듣고 있냐고 하는데, 전 일단 들어요.” 사람 좋은 얼굴로 쑥스러운 듯 웃으며 말을 잇는 최규복 유한킴벌리 사장(54)은 회사 안에서나 밖에서나 ‘소통’을 강조하기로 유명하다.
올 3월 사장으로 취임한 그가 지난 2개월 동안 공들인 부분도 직원들과의 대화였다. 공장의 말단 사원에서 본사 임원에 이르기까지 소규모로 그룹을 지어 토론하는 시간을 연이어 가졌다. 최 사장만의 업무 파악 방식이다. “‘너와 나는 같은 조직원이다’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이기도 하죠.”
그는 앞으로도 얼마간은 직원들과의 대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속도가 느린 듯 보여도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면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회사 전체가 하나가 되면 추진력에 힘이 붙으니까요.”
○ 소통으로 성공한 사내 마케팅
‘입히는 기저귀’ 트렌드를 타고 연평균 50%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는 ‘하기스 매직팬티’는 이제는 유한킴벌리의 효자 품목으로 꼽히지만 2004년 출시 초기에만 해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시 유아위생용품 사업본부장을 맡고 있었던 최 사장은 제품을 내놓기까지 만만치 않은 사내 반발에 부닥쳤다.
“1994년, 1997년 두 번이나 입히는 기저귀를 시장에 내놓았는데 다 실패했어요. 합작회사인 미국 킴벌리클라크에서 개발한 제품을 그대로 들여왔는데, 국내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하지 않은 게 패착이었죠. 다시 국내에서 개발한 입히는 기저귀를 내놓자고 사업 제안을 했는데 실패 경험 때문에 사내 반응은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최 사장은 영업부 등 관련 부서를 설득하는 작업에 나섰다. 끝없는 찬반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을 통해 제품이 개선됐고, 마케팅 전략도 강화됐다. 점차 사내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신제품 개발과 출시에도 속도가 붙었다. 시장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1차적으로 사내 고객을 설득하지 못하면 소비자도 잡을 수 없다”는 최 사장의 지론이 열매를 맺은 대표 사례였다. 당시는 생소했던 내부 마케팅 개념으로, 이 사례는 요즘 경영학 연구 사례로도 자주 회자되고 있다.
○ 동호회 활동 통해 사내 스킨십 강화
입사 초기인 1980년대 중반, 당시 유한킴벌리에 없던 체육대회를 열자고 제안해 3년이나 회사 체육행사를 주관했던 최 사장은 앞으로 사내 스포츠 동아리 활성화 계획을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사내 스킨십 강화 전략이다.
“어떤 조직이든 부서 간에 벽이 존재하죠. 다른 부서 사람들끼리 소통하기도 쉽지 않고요. 그런 문제를 사내 동호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 역시 유한킴벌리에 입사해서 테니스 동호회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다른 부서 직원들과 친분을 갖게 되니 업무 협조를 하는 데 수월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사내 직원들 간의 스킨십이 활발해지면 조직 분위기도 유연해지고 업무 효율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최 사장은 1996년에 킴벌리클라크에 6개월간 파견 근무를 나간 적이 있는데, 소규모 체육행사가 끊이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평소 길거리 농구를 하듯이 농구 매치가 사업장별로 상시 이뤄지는데 굉장히 역동적이었어요. 그때 경험을 국내에서도 적용해 보려고 합니다. 회사 전체 체육대회를 거창하게 열지 않아도 직원들이 스포츠 활동을 통해 부서별, 사업장별로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합니다.”
요즘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한 소통이 활발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온라인보다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스킨십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게 최 사장의 생각이다.
○ ‘주말은 가족과 함께’라는 소신 지켜
소통을 강조하는 그의 신조는 가정에서도 이어진다. 그는 주말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과 보낸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특히 토요일 저녁은 아내와의 시간이다.
“어릴 때 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게 항상 아쉬움으로 남아서 아이들이 태어난 뒤부터는 주중엔 회사에 전념하고 주말은 가족과 함께한다는 나름의 원칙을 세웠어요. 요즘은 아이들이 다 커서 아내와 시간을 보내고 있죠.”
특히 그는 토요일 저녁이면 무조건 아내와 함께 외출을 한다. 맥주 한잔, 막걸리 한잔을 곁들여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다.
“두 아이가 대학에 들어간 뒤로는 주말 저녁에 아내와 둘만 남는데 집에서 할 얘기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무조건 외출을 시작한 지 한 3∼4년 됐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갈수록 대화거리도 많아지고 아내에게도 많이 배우고 있죠.” 대화를 통해 회사생활의 팁도 얻고, 무엇보다 사소한 가정 내 갈등이 사라졌다. 공감대가 형성되고 나니 부부 사이에 이해 못할 일도 없어졌다. 가족친화경영을 중시하는 최 사장은 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했다.
“유한킴벌리가 가족친화적 사원 복지로 유명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벤치마킹을 하러 회사를 많이 찾는데 꼭 나오는 질문이 ‘회사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겁니다. 그런데 가족친화적 분위기는 문화이지 투자 대비 생산성을 따질 성격이 아니라고 봅니다. 가정이 평안하고 사원들이 만족해야 회사 경영도 순조롭지 않겠습니까.”
댓글 0